가을 감기와 설레는 걱정

by 자그노기

칼칼한 바람이 코끝을 타고 들어와 재채기가 불쑥 터졌다. 금세 콧물이 차오르더니 눈치 없이 흘러내렸다. 코를 실룩거리며 버티려 했지만, 손과 발은 이미 휴지를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닦아내고 나니 속은 시원했지만 머리는 묵직하게 눌린 듯 무거워졌다.


서둘러 마스크를 쓰고 목도리를 두른 뒤 옷깃을 여미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염이 있다 보니 실내 공기의 흐름만 바뀌어도 자동으로 마스크부터 찾게 된다. 몇 해 전, 겨울 내내 감기와 기침에 시달리며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 비염과 예방은 내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되었다.


요즘 주변에는 독감 환자도 보인다. 늘 가까이 있던 감기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사소한 증상에도 마음이 쪼그라드는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머리가 지끈거려 얼른 비상약을 삼켰다. 감기 초입에서 꼭 잡아야 한다.


이렇게까지 예민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며칠 뒤면 딸의 결혼식이다. 아프면 안 된다. 좋은 날을 앞두고 있으니 별것 아닌 일도 신경 쓰인다. 유난인가 싶다가도, 중요한 일을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채기를 몇 번 하고 나니 눈 아래로 뜨거운 열기가 오르는 듯하다. 마스크 속에서 콧물은 훌쩍거리고 머리는 무겁지만, 오늘 밤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좋은 날을 앞두고 있는 지금, 나는 꼭 농부 같다. 예전 9시 뉴스의 일기예보가 농부들에게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소식이었던 것처럼, 나 역시 날씨와 몸 상태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을은 가을다운데, 유독 나만 까칠해진 걸까. 유난을 떠는 듯하지만, 그마저도 소중한 기다림이 주는 설렘일지 모른다. 다행히 마스크 속 콧물은 멈추고, 묵직했던 머리도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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