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에게 말을 건다

by 자그노기


철담장에 걸린 늙은 낙엽 한 장이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어쩌다 거기에 걸려 있는 걸까.


내가 걸어온 길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서로 마주서서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갈색 장의자에는 비둘기들이 놀다 간 하얀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11월의 둘째 주, 단풍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미세한 바람에도 낙엽은 말없이 떨어졌고, 어디선가 ‘쓱쓱’ 낙엽을 쓸어 모으는 노인의 귀찮은 손길이 소음처럼 들려왔다.


수능날이라 그런지, 날씨마저 숨을 죽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아마도 수험생들의 긴장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숨죽인 가을 단풍길을 한층 경쾌하게 만든다.


공원 옆 오솔길은 말없이 걸어가는 이의 인생을 비추듯 화려하면서도 장렬하다.

아둥바둥 가지에 매달려 있던 낙엽은 이내 스스르 떨어져 길가에 누워 뒹굴고, 밟히고, 자루에 담겨 간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었으리라.


세월 앞에 익어간 그들을 보며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고,

충분히 잘 살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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