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떨어진 낙엽이 수분 하나 없이 수북이 쌓여, 바람에 밀려 한 무더기씩 이리저리 떠돈다.
추위가 성큼 다가오는지, 널브러진 낙엽들 사이로 차가운 기운이 서서히 번져 들었다.
이런 날씨라면, 눈이라도 내려야 할 것만 같았다.
문득 작년 겨울의 사진첩을 열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얀 눈밭에 서서 눈사람을 만들고, 작은 얼굴을 예쁘게 꾸미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만큼은 어른도 다시 어린이가 되어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 겨울 속 자신들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며 아이들은 입을 ‘딱’ 벌리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 1년 전의 앳된 얼굴이 그렇게도 신기했는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눈 오는 날엔 또 눈사람 만들어야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이 얇은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다.
요즘 아이들의 겨울은 단순한 눈싸움이나 눈사람 만들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겨울, 공원에서 아이들과 힘을 모아 1인용 이글루를 만들었는데, 마침 양변기 모양처럼 보였던 그 작품은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최고의 걸작이 되었다.
그날 이후, 욕심 많은 아이들의 맹세에 불이 붙은 걸까.
‘이번엔 나만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아이들의 겨울은 이미 꿈틀거리며 춤추고 있었다.
그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이들이 말했다.
“쌤 알죠? 눈만 내리면 무조건 나가는 거.”
나는 얇은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 말에 이미 끌려나갈 내 모습을 상상하며 살짝 웃음이 났다.
올겨울도, 눈 위에서 반짝이는 아이들의 세계를 따라가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