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장치가 반짝이기 시작하자, 사회자의 멘트가 흐르며 발표회의 시작을 알렸다. 아직 정돈되지 못한 어수선함 속에서 아이들은 무대 앞으로 뛰어가고, 내빈석에선 웅성거림이 이어져 사회자의 목소리가 잠시 삼켜지기도 했다.
오늘은 특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날이었다. 밴드, 노래, 난타, 오카리나, 하모니카, 치어리딩, 댄스까지—아이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것들을 마음껏 뽐내는 시간이다.
무언가를 처음 배울 때는 누구나 대단한 각오로 시작하지만, 중간에 넘어야 할 고비를 만나면 연습을 등한히 하거나 마음이 흔들리는 아이들도 있다. 1년에 한 번뿐인 무대를 위해 준비한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데, 그 무게를 감당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몇몇 아이들은 재능을 발견해 멋진 무대를 선보였고, 성실히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은 틀릴까 봐 온몸이 굳은 채 아슬아슬하게 공연을 이어갔다. 그들의 얼굴에 스치는 후회와 긴장, 그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의 아쉬움까지—무대 위와 아래가 묘하게 닮아 있었다.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이 아니라, 오로지 발표회라는 이름 아래 박수의 크기로 노력의 정도가 드러날 뿐이었다. 재능 있는 아이들은 몸짓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으며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고, 재능과 거리가 있더라도 최선을 다한 아이들은 표정 하나, 손짓 하나까지 집중하느라 여유를 찾기 어려워 보였다.
관중석에서는 각자의 팀이 등장할 때마다 우르르 몰려나와 사진을 찍고, 함성을 지르며 열띤 응원을 보냈다. 어떤 부모는 여러 아이들 사이에서 자기 아이만 확대해 촬영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장면을 보니 잠시나마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11월마다 열리는 이 행사가 끝나고 나니, 한 해의 마지막이 정말 가까워졌음을 실감했다. 서로에게 경쟁을 요구하는 자리가 아니라 배운 만큼, 할 수 있는 만큼을 보여주는 행사여서 더 다행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박수와 함성을 보내는 부모들의 모습이 추운 날씨에 묘한 포근함을 만들어냈다.
단체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얼굴은 한결 가벼웠다. 긴장이 풀린 듯 표정이 환해졌고, 나 역시 덩달아 마음이 후련해졌다.
몸은 예전 같지 않아 많이 굳었지만, 무대를 향한 마음만은 아직도 꿈틀거린다는 것을—오늘,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