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방인

by 빈집



봄바람이 꽤나 날카롭게 코 끝을 스치기 시작할 때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적막이 감돌던 출근길 지하철.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해 이미 만원인 지하철 속에 몸을 실었다. 사람이 많은 덕에 몸에 힘을 주지 않아도 넘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 속 작은 틈새에 나를 끼워 넣고 그저 간신히 숨만 쉬었다. 겨울 동안 잠들어 있던 생명들이 하나 둘 깨어나고 삭막했던 나뭇가지에 싱그러움이 피어났다. 나를 둘러싼 공기는 지나칠 만큼 따뜻해져 가는데 어째서인지 날이 갈수록 내 삶의 온기는 차갑게 식어갔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배정받은 나는 한마디로 이방인 같은 존재였다. 사람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이방인이었기에 남들이 느끼는 안정감은 느껴볼 수 없었다.


낯선 환경, 낯선 동네, 낯선 학교, 낯선 얼굴들. 나를 제외한 모든 게 낯설었다. 모든 게... 모든 게...


체육관에서 어색함이 감돌던 입학식을 끝내고 반으로 돌아와서 반 아이들 얼굴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어수선하고 차가웠던 공기의 교실. 내 마음도 덩달아 어수선해졌다. 내가 이곳에서 숨 쉬는 것도 낯설다고 느껴졌다. 온몸에 털이 쭈뼛쭈뼛 섰다. 갑자기 미친 듯이 집에 가고 싶어졌다. 이런 학교를 3년이나 다녀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됐다.


나는 언제나 도망 다녔다. 직면하는 법을 몰랐다. 마음이 불편해지면 도망치고, 불안해도 도망치고, 무서워도 도망쳤다. 이러다 꿈에게서 조차 도망칠까 두려워졌다. 이런 식으로 살다 보면 언젠가 그 끝은 낭떠러지일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곳에 서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하니 나 스스로가 정말 미웠고 싫었다.


때론 도망쳐도 괜찮아. 돌아오기만 하면 돼. 서두르지 않아도 돼.


이 말 한마디라도 누군가 내게 해줬더라면 이방인의 생활을 조금은 일찍 청산할 수 있었을까.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