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난 너.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친구를 잃었다. 우린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자주 볼 수 없었다. 친구는 새로 알게 된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기 바빠 보였다. 서운할 때도 있었지만 나는 불안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함께 해온 친구니까, 누구보다 가장 친하고 가까운 사이였으니까, 이 우정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다.
영원한 건 없다.
우리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이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닌 듯했다. 내 친구가 아닌 듯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누구보다 가깝고 소중했던 사람이 떠나가는 걸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간절해질수록 멀어졌고, 내가 다가갈수록 멀어졌다.
나는 학교가 더욱 싫어졌다. 그 친구가 미워졌다. 새로 알게 된 친구들이 나보다 더 소중했던 걸까. 내가 걔네보다 못나서일까. 만약 내가 이 학교에 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친구랑 같은 학교에 진학했더라면 우리는 멀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우리의 우정이 영원할 수 있었을까?
아침에 눈을 뜨기가 싫었다. 내가 살아있음에 혐오를 느꼈다. 내 숨소리조차도 듣기 싫어졌다. 매일 등굣길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그냥 모든 것들이 나 때문 같았다.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했고 나날이 나는 망가졌다. 스스로를 망가트렸다. 절벽까지 계속 내몰았다. 매일 밤 잠을 설쳤고 매일 울었다. 내가 누구보다 못난 사람 같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고민하느라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이렇게 아플 수밖에 없었던 건 우린 서로의 영혼이 이어져있다고 생각할 만큼, 남들에게 자매 같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나의 모든 걸 보여줬던,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으니까.
애지중지 아끼던 접시에 작은 실금이 갔다. 마치 나무가 뿌리내리듯 실금들은 계속 옆으로 퍼져나갔고 결국 깨져버렸다. 나는 깨진 조각을 모아 순간접착제로 이어 붙였다. 손에서 피가 났다. 아픈 줄도 모르고 계속 붙여나갔다. 순간접착제, 말 그대로 순간이었다. 또다시 금이 가기 시작했고 또 깨져버렸다. 더 자잘하고 날카로운 조각들이 떨어져 나왔다. 이젠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본연의 모습을 잃었다. 그 어떤 것도 담을 수 없게 되었다.
나의 우정도 깨졌다. 그 어떤 것도 담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의 시간도. 추억도.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해를 거듭할수록 생각도 가치관도 끊임없이 달라진다. 철없던 10대 때의 우정이 20대, 30대, 40대가 되어서도 지속되기가 참 쉽지가 않다. 올해의 '나'와 내년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나 자신에게도 많은 변화가 찾아오는 만큼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마음만은 변치 않는 관계를 추구한다. 다른 건 달라져도 마음만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사랑도 우정도.
끊길 인연은 언젠가 끊기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붙잡으면 그 시기만 늦춰질 뿐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버스에 사람들이 내리지 않고 타기만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내릴 사람은 내리고, 탈 사람은 타고. 원활하게 순환이 되어야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혹여라도 떠나는 사람을 보면서 과거의 나처럼 아파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플 대로 아파봐라. 후회가 남지 않도록 뭐든지 다 해봐라. 그 과정에서 분명 얻는 게 있을 테니. 먼 훗날 나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던 것들이라 깨닫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깨닫는 순간 나는 내적 성장을 이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