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늦었고, 커튼을 걷고 창밖을 바라보는 일만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갔다.
그럼에도 하루는 흘러갔다.
변한 건 거의 없지만,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의미로 다가왔다.
손을 씻고, 물을 마시고, 책을 한 장 넘긴 것조차 “하루를 버텨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무력감 속에서 나는 내 존재를 확인한다.
말 없이 식탁 위에 놓여있는 컵, 흩어진 책장, 자리를 지킨 의자와 베개.
작은 흔적들이 오늘 내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한다.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하지만 그 무게 안에서도 숨 쉬고, 앉고, 서는 일들이 조금씩 쌓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지만, 남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 남은 것들은 무엇을 성취했는지가 아니라, 하루를 통과한 나 자신을 조용히 말해준다.
“오늘을 버텼다.”는 아주 작은 기록.
그 기록이 나를 붙들어준다.
오늘 하루, 나는 별다른 일을 이루지 못했지만 조용히 견디며 지나갔다.
그 하루를 기록하고, 남은 작은 흔적들을 바라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