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괜찮지 않아도 가능한 하루

by 하솜

나는 오랫동안 괜찮아야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믿었다.

마음이 안정되고, 생각이 정리되고, 몸이 가벼워져야 무언가를 할 자격이 있다고.

그래서 괜찮지 않은 날은 시작부터 실패한 하루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요즘의 하루는 그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여전히 가슴은 답답하고, 생각은 흐릿하다.

불안은 밤사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도 나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아무것도 잘되지 않는 것 같은 시간들이 이어진다.

집중은 오래 가지 않고,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친다.

하루를 통째로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 생각이 오늘의 나를 계속 평가하려 든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하루는 조금씩 채워진다.

물을 마시고, 창문을 열고, 메시지 하나에 답하고 잠깐이라도 몸을 움직인다.

대단하지 않은 행동들이 시간을 지나게 만든다.


예전에는 이런 하루를 ‘잘 못 살았던 하루.’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기준을 바꾸고 싶다.

무너지지 않고 하루를 끝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산 하루라고.

오늘의 나는 눈에 띄는 성과도 없고, 확실한 변화도 없다.

그래도 이 하루를 끝냈다.

괜찮지 않은 상태로도 하루를 통과했다.

아마 내일도 완전히 괜찮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또 하루를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가능성이 지금의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희망이다.

작가의 이전글회복을 서두르지 않기로 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