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마치 멈춰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큰 결정을 하지도 않고,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걸까.
겉으로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루는 비슷하게 흘러가고, 감정도 큰 차이 없이 반복된다.
이런 시간은 불안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랫동안 성장은 눈에 보여야 한다고 믿었다.
더 나아가고, 더 잘하고, 더 달라져야만 시간이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용한 시간은 자주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멈춰 있는 시간 속에서도 분명히 바뀌고 있는 것들이 있다.
불안이 와도 예전만큼 나를 몰아붙이지 않는 태도, 무너진 날에도 나를 버리지 않는 선택, 감정을 기록하는 방식.
이 변화들은 아주 조용해서 쉽게 지나친다.
느리게 자라는 것들은 대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뿌리는 땅속에서 먼저 자라고, 겉은 나중에 변한다.
지금의 나는 아직 그 땅속에 시간을 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이 시간을 의심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날들도 내 안에서는 무언가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는 믿음으로.
언젠가 지금의 이 시간이 나를 지탱해 주는 기반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조급해하지 않고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