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속도로 살아도 괜찮은 이유

by 하솜

나는 자주 내가 너무 느리다고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음 단계로 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기분.

그래서 마음속에는 항상 뒤처졌다는 감각이 남아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속도는 능력이 되었고, 빠름은 성실함이 되었다.

회복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빨리 괜찮아졌는지, 얼마나 빨리 일상으로 돌아왔는지.

그 기준 앞에서 나는 늘 부족했다.


회복이 더딘 날에는 괜히 스스로를 비교하게 된다.

저 사람은 저렇게 잘 사는데, 나만 왜 아직도 이 상태일까.

그 비교는 나를 채찍질하기보다는 더 깊이 움츠러들게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느리다는 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지도 모른다고.

완전히 멈춘 게 아니라 내 리듬으로 계속 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고.

느림은 멈춤과 다르다.

아주 작은 속도로라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면 그건 분명한 진행이다.

보폭이 작을 뿐, 방향을 잃은 건 아니다.

그래서 이제는 내 속도를 조금 존중해보려 한다.

빨라지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남들과 같지 않아도 된다는 인정.

지금의 속도로도 나는 충분히 살아가고 있다.


늦게 가는 사람에게는 늦게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

서두르지 않기에 놓치지 않는 감정, 천천히 가기에 비로소 이해되는 마음.

나는 지금 그 풍경 한가운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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