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채로도 앞으로 가는 법

by 하솜

나는 오래도록 불안이 사라져야 다음으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마음이 안정되면 그때 움직이자고,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그래서 불안한 날들은 모두 멈춤의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멈춰 있었던 이유는 불안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잘못 선택할까 봐, 다시 무너질까 봐, 괜히 시도했다가 상처만 더 입을까 봐.

불안은 그 두려움들의 이름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은 마음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아직 불안한데 밖으로 나가고, 아직 확신이 없는데 해야 할 일을 하나 해냈다.

그 순간 불안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삶은 조금 앞으로 갔다.


불안과 함께 선택하는 하루는 완벽하지 않다.

속도가 느리고, 중간에 망설이기도 한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와는 분명히 다르다.

불안은 옆에 있고, 나는 앞으로 간다.


완벽한 준비는 끝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시작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진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부족한 채로 한 걸음을 내딛는다.


불안한 채로도 삶은 이어진다.

흔들리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법을 나는 지금 배우고 있다.

아주 작게라도 계속 움직이는 것.

그게 지금의 나에게 가장 현실적인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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