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좋아함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생각나는 마음, 보고 싶다는 감정, 괜히 웃음이 나는 상태.
그때까지 사랑은 아직 가볍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의 무게가 달라진다.
연락이 늦어지면 이유를 찾게 되고, 상대의 기분이 내 하루를 좌우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조심스러워지는 지점이다.
그때부터 사랑은 책임처럼 느껴진다.
상처 주지 말아야 할 것 같고, 기대에 어긋나면 안 될 것 같고, 내 감정 하나로 상대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
마음이 깊어질수록 자유는 줄어든다.
사실 책임이 생긴 게 아니라 연결이 생긴 것이다.
서로의 마음이 조금씩 엮이기 시작하면서 혼자만의 감정이 남에게까지 번지게 되었을 뿐이다.
그 변화가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사랑을 한 발짝 늦추려 한다.
아직은 아니라고, 이 정도가 좋다고, 괜히 깊어지지 말자고.
하지만 마음은 이미 다음 단계에 가 있다.
좋아하는 마음이 책임처럼 느껴질 때는 대개 진짜가 되기 시작한 순간이다.
도망치고 싶어질 만큼 의미가 생겼다는 뜻이다.
아무 감정도 책임 없이 깊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 무게를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버거워도, 망설여져도, 그만큼 진심이었다는 증거니까.
사랑이 가벼움에서 한 단계 넘어왔다는 신호니까.
좋아하는 마음이 책임처럼 느껴지는 날, 나는 이미 사랑의 안쪽에 들어와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