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있을때 뒤쳐지는 것 같을 때

by 하솜

가만히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변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해내고 있는 것 같고, 나만 혼자 멈춰 선 기분이 든다.

실제로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비교는 시작된다.

아무 생각 없이 열어본 핸드폰 화면 속에서 누군가는 계속 앞으로 가고 있다.

그 장면들이 지금의 나를 더 작게 만든다.


쉬고 있는 중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보지만, 그 말은 오래 가지 않는다.

쉬는 동안에도 “이렇게 있어도 되나?”라는 질문이 자꾸 고개를 든다.


이쯤 되면 지금의 속도가 틀린 것처럼 느껴진다.

너무 느리고, 너무 뒤처진 것 같아서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조차 불안해진다.

하지만 사실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도 지금은 잘 모르겠다.


방향이 없으니 속도만 자꾸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여기에 멈춰 있다.


멈춰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이 자리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아직은 비교를 멈출 수 없다.


불안을 완전히 내려놓지도 못한다.

다만 지금 이 멈춤이 도망은 아니라는 말만 조용히 남겨본다.


오늘의 기록은 앞으로 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뒤처진 것 같아 보이는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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