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모래, 아프리카(3)

적도의 나라, 가나(1999)

by 소채

아프리카 가나공화국의 수도인 아크라(Acra)에는 골프장이 몇 개 있다. 회원제 골프장은 국내의 유명 골프장과 시설이 비슷하다. 하지만 퍼블릭 골프장에는 몇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페어웨이의 잔디 상태는 그다지 좋지 못해서 볼을 치고 나서 다음 샷을 위해 1미터 내에 터치가 가능하다. 공이 떨어진 위치에서 1미터 내에서 잔디가 있는 곳으로 공을 집어서 치기 좋게 공을 놓을 수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홀컵이 있는 그린에 잔디 대신 검은 모래가 있다. 촘촘한 잔디가 귀하기 때문에 골프공이 잘 구르는 검은 모래로 대신한 것이다.


또 한가지 독특한 점은 골프장에 특이한 동물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골프장에서는 사슴이나 다람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국내에는 뱀 주의하는 표지판을 자주 보이는 걸로 봐서는 뱀들도 있는 거 같다. 하지만 내가 자주 가던 가나의 골프장에서는 돼지들이 가끔 홀을 가로질러 달린다. 국내에서 생각하는 커다란 돼지는 아니다. 움직임도 무척 빠르다. 아마도 골프장에 인접해 있는 현지인 가정집에서 키우는 것들인 거 같다. 골프장에서 뛰어노는 돼지라니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동네 한인식당에서 같은 종류의 돼지를 삼겹살로 만난다.


아프리카 적도의 나라 가나공화국에 삼겹살집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곳 돼지는 기름기가 많지 않고 식감이 쫄깃쫄깃했다. 마치 제주도 돼지고기와 비슷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함은 말할 것도 없다. 현지 교민들은 주로 어업 기반으로 오래전에 정착하신 분들이었고 그 당시에도 어업 관련 일들을 많이 하고 있었다. 여러 배편을 통해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상품인 '라면, 소주, 김치, 고추장, 된장' 등이 공급됐다. 타향에서의 향토 먹거리는 항상 고향을 생각하게 하고 타향에서의 외로움을 견디게 해주는 생명수와도 같은 것이다.


골프를 치고 삼겹살집에 가기 전에 들르는 곳이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18홀을 끝내고 나면 땀이 한 바가지는 흘린다. 땀과 함께 몸의 피로도가 극한에 다다른다. 이럴 때 전신안마기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궁하면 통한다고 그런 비슷한 곳이 있었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미용실에서는 한 쪽 구석에서 피부 케어와 안마를 제공해 준다는 정보를 듣고 단골집을 만들었다. 나를 담당했던 현지인 그녀는 앳돼 보였지만 아구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안마 받는 동안 연신 ‘스몰, 스몰’을 왜 쳐야 했다.


1999년 세기말에 이국 만 리 아프리카의 땅에서 33세의 나이에 값진 경험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후회 없는 삶의 도전이었다.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께서 말씀하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대로 세계를 누비고 다닌 것이다. 이제는 세대를 지나 아들이 중동을 누비고 있다. 이렇게 세월은 흘러 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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