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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Nov 13. 2022

일요일 요리사

100일 글쓰기(48일 차)

평일 새벽 알람은 5시이지만 주말에는 한 시간 늦게 알람을 맞춰놓는다. 한 시간 정도는 더 피로를 풀기 위한 나를 위한 이벤트다. 오늘은 6시 알람이 울리고 나서도 삼십 분 정도는 더 누워서 있었다. 금요일 퇴근박으로 캠핑을 다녀온 이후에 토요일 오후내내 비실비실 하다가 저녁식사 후에나 글을 써 볼 거라고 책상에 앉았다가 꾸벅꾸벅 졸기를 반복했다. 할 수 없이 100일 글쓰기는 전에 써 두었던 글로 대체하고 저녁 8시쯤 잠이 들어서 거의 열시간을 내리 잠을 잔 것이다. 꿈도 꾸지 않고 그냥 기절해 버린 것처럼 깊은 잠을 자서 그런지 아침에는 더욱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새벽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던 글감을 글로 쏟아붓고 1편의 짧은 글을 완성해서  100일 글쓰기에 글을 올렸다. 아침에 글쓰기 숙제를 끝내고 나면 하루 종일 마음이 편안하다.


일요일 아침 성당 미사를 위해 집을 나서기까지 가족들은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평일에는 자녀들 모두 출근 준비로 분주한데 반해, 일요일은 9시까지도 모두에게 평화로운 시간이다.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야 가족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한다. 언제쯤 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는 아침식사 시간이 없다. 나는 나대로 간헐적 단식을 한다고 평일에는 저녁 8시 이후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아무것도 안 먹고 아이들은 아침식사를 거르고 출근을 한다. 그나마 주말에는 아침겸 점심시가로 '브런치'를 먹는다. 집에서 간단하게 먹을 때도 있고 나가서 외식을 할 때도 있다. 오늘은 정오가 가까워 지는데도 아무도 배고프다는 소리를 안 한다. 일요일에는 심식이가 되고 싶지 않아 가능하면  내가 알아서 챙겨 먹으려고 한다.

일요일에는 심식이가 되고 싶지 않아
가능하면  내가 알아서 챙겨 먹으려고 한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미니 새송이 버섯'과 '양파'가 보인다. 채식을 시작한 이후에 버섯은 나의 메인 '식재료'가 되어 항상 냉장고에는 버섯 종류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주 캠핑 때 남은 '가락국수 사리'도 생각이 나서 '볶음 국수'를 해 먹기로 하고 딸내미와 아내에게 주문 의향을 물어보았다. 두 사람 모두 'No' 여서 1인분이면 충분할 듯했다. 양파를 먹기 좋게 자르고 미니 새송이 버섯은 물로 씻고 채로 걸러 반으로 잘랐다. 약간 매콤한 맛을 위해 청양고추를 썰어 물에 헹궤 준비하고 고명으로 올릴 깻잎 두장을 말아 채를 썰었다. 소스는 잡채 볶음 소스인 '간설파마 후깨참'를 외치며 간장, 설탕, 파, 마늘, 후추, 깨, 참기름으로 만들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준비한 재료들과 소스를 넣고 적당히 볶아서 프리이팬 채로 식탁 위에 올렸다. 


갑자기 딸과 아내는 젓가락을 들고 식탁으로 모였다. 여자의 마음이란...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양파와 버섯을 많이 넣어서 그런지 1인분 보다는 풍성한 볶은 국수 덕분에 일요일 아침이 풍성해졌다. 대단한 요리는 아니지만 일요일 아침에 야채를 씻고, 다듬고, 썰고, 볶기를 하다 보면 설거지가 쌓이고 주방이 전쟁터처럼 변한다. 나는 그게 싫어서 음식을 준비하면서 정리도 그때그때 해버리는 편이고 설거지도 쌓아두질 못한다. 볶음국수 한 접시를 알뜰하게 비우고 나서  스마트폰의 음악을 검색해서 분위기 있는 노래를 몇 곡 선택해서 틀어놓고 설거지까지 해야 나의 요리가 마무리된다. 그렇게 해야 다음에 주방을 쓸 때 눈치가 안 보인다. 설거지를 마치고 샤인 머스킷  10알 정도를 떼어내어 물에 씻어서 그릇에 담아 내방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해야 다음에 주방을 쓸 때 눈치가 안 보인다. 

그렇게 해야 다음에 주방을 쓸 때 눈치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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