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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Nov 30. 2022

행복한 하루

100일 글쓰기(64일 차)_행복

새벽 5시 알람 소리 잠을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전날 늦은 저녁시간에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러시아 역사와 문학'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청강하고 늦게 귀가했기 때문이다. 직장인 시절에는 생각도 못해본 문학강좌를 참석해 맨 뒷줄에 않아서 잠깐 딴짓을 하기는 했지만 그 시간, 그 장소, 주위의 사람들이 너무 소중하고 날 행복하게 해 준다.  저녁 9시가 넘어서야  끝나고 차가운 늦가을 바람이 양쪽 빰을 스쳐 지나가지만 주머니에 넣은 손의 온기와  지하철로 내려가는 에스칼레이터에서의 짧은 시선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집근처 지하철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눈에 들어오는 '호떡 파는 소형 트럭'에서 따끈한 호떡 4개를 식구수대로 사서 하나는 나를 위해서 허겁지겁 정류장에서 먹는다. 달달하고 따뜻한 호떡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늦은 시간에 귀가를 했지만 바로 잠들기 전에  주말 식당 예약을 위해 인터넷을 확인해 본다.  서울 인왕산 자락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여서 책방 겸 카페에서 <잠, 무라카미 하루키> 이라는 단편소설로 독서토론을 하기로 했다. 독서토론을 준비하는 그 시간들이 행복하다. 한시간 늦게 자고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일어나 새벽을 맞았다. 늦잠으로 독서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를 읽는다. 새벽에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아침 7시가 넘으면 모친이 카톡으로 보내오는 <구십도 괜찮아, 김유경> 음성 파일을 듣는다. 나도 아침 문안인사를 드린다. '강여사의 책읽기'는 나의 부탁으로 시작한 것이다. 모친의 목소리에 건강하심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얼마 전부터 회사가 아닌 도서관으로 출근하게 되어서 아침마다 마음이 가볍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다. 당분간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너무너무 행복하다. 아침 도서관 출근길에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듣는다. 매일 아침마다 1870년의 러시아 사교계를 여행하는 기분이다. 낭독자의 청량한 목소리가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자리를 잡고 않아 집에서 내려간 텀블러 커피를 마시면서 노래 한 곡을 듣는다. 얼마 전 드라마 OST로 나왔던 가수 김필이 부른 <난, 너를>의  가사말이 나의 마음속에 내려앉아 잔잔한 파동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올해는 내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시간들과의 만남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쓸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시간들과의 만남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난, 너를 -김필-

"~ 너는 별처럼 나의 하늘에 /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

/ 바람처럼 와 한철  꽃을 피우고 / 계절처럼 멀어져 가네 ~"

https://youtu.be/Y_b9pHCA3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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