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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Nov 22. 2022

반갑다, '키오스크(Kiosk)'야

100일 글쓰기(56일 차)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휴식시간이기도 하지만 식당과 메뉴를 찾느라고 애를 쓰는 시간이기도 하다.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다행히 구내식당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도서관도 '국립중앙도서관' 같은 대형 도서관에는 식당이 있지만 내가 주로 이용하는 '서초구립 반포도서관' 에는 건물 내에 식당이 없다. 오전에 독서클럽 모임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서야 혼자 터벅터벅 식당을 찾아 나선다. 평소에 자주 애용하는 지하 맥주집에서 낮시간 동안 운영하는 '한식 뷔페'를 패스하고 골목길 중간에 지상에 있는 깔끔한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손님은 많지 않아 한적한 분위기에 나를 맞이한 것은 오픈 키친 앞에 설치된 커다란 단말기 화면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만나게 되는 '키오스크(Kiosk)' 단말기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만나게 되는 '키오스크(Kiosk)' 단말기이다.


'키오스크'라는 말 자체는 터키어 '쾨슈크(köşk)'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원래 여름용 별장이나 정원에 건축된 작은 개방형 건물을 뜻하던 것이 유렵에서는 20세기 전후에 '작은 박스형 가게'의 의미로 사용되었고 일본에서는 역내의 구내매점을 '키오스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던 것이 현대에 와서는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단말기'를 뜻하는 것이 되었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 하면서 비대면 방식의 고객응대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국내의 많은 상점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1년 전에 처음 햄버거 가게에서 마주했을 때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떠듬떠듬 화면을 읽어 가면서 주문을 따라가고 카드를 결제하는 중에 오류가 생겨 식은땀을 흘리다가 결국 매장 직원을 통해서 주문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분식집에 설치된 키오스크 단말기에는 '매장에서 먹을 것인지', '포장을 할 것인지'부터 물어본다. 당연히 매장에서 먹을 거라서 선택 버튼을 누르니 다음 화면에 숫자를 누르란다. 이건 또 뭐지. 하고 머리를 굴려보면서 매장을 쭉 훌터보니 테이블마다 가림막에 숫자가 쓰여 있다. 아마도 주문자가 식사를 할 위치를 미리 지정해야 하는 것 같았다. 빈자리 테이블을 확인하고 터치스크린에 숫자를 입력하니 다음 화면으로 넘어간다. 음식의 종류들이 그룹핑이 되어 있는 화면이다. 추천 메뉴와 세트메뉴도 있고  면 종류, 밥 종류도 있다. 나는 밥 종류의 '달래 간장 비빔밥'을 선택하고 신용카드를 결제를 했다. 아까 선택했던 테이블로 가서 잠깐 앉아 있느니 주방에서 조리된 음식이 종업원이 갖다 준다.  나는 무사히 점심을 먹는데 성공을 했다.

나는 무사히 점심을 먹는데 성공을 했다.


며칠 전에 아내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어떤 식당은 주문 후에 식당 서빙 로봇이 음식을 갖다주고 치우는 것도 서빙 로봇이 한다고 한다. 어느새인가 미래의 공상과학 영화 속에 내가 벌써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고 있어 어떨 때는 좀 두렵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로봇들이 사람들을 대체하고 있고 인공지능의 발달로 로봇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2001년도에 상영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에이아이(AI)>에 나오는 감정을 갖은 로봇의 세상이 멀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듯하다. 조만간에 상점마다 널리 퍼지고 있는 '키오스크' 단말기는 '로봇'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날이 올 텐데 그때 나는 식당에서 '밥'이라도 시켜 먹을 수 있을 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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