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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Dec 07. 2022

재능이 있기는 하나

100일 글쓰기(71일 차)_재능

나에게 재능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는 걸까. 학창 시절에 생활기록부에는 '취미'와 '특기' 란이 있어서 매 학년마다 본인의 것을 적어내곤 했다. 나의 취미는 계속해서 바뀌었다. 수영을 배울 때는 수영이라고 쓰고, 미술을 배울 때는 미술이라고 썼다. 우표수집, 피아노, 컴퓨터, 독서, 글짓기, 등산, 롤러스케이트 등등 나의 취미는 계속 바뀌어갔다. 하지만 나의 버라이어티 한 취미생활에 반해서 '특기란'에는 딱히 기재할 것이 없었다. 대부분 '공란'으로 비워두었다. 나의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호기심이 강해서 인지 어느 것 하나에 깊이있는 개발을 하지 못하고 이것저것에 관심을 두다 보니 나만의 필살기를 만들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항상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친구가 전해준 한마디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너는 뭐든 생각하는 대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저력이 있어." 굉장히 멋진 말이다. 그리고 나의 재능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10년간 내가 만들어낸 결과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연한 기회에 전 직장에서 출판사 제의로 자동차 관련 생활서 <내차 사용설명서, 2013년, 연두 m&b>를 출간하게 되었다. 전국의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책이 판매되고 '인세'라는 것도 경험했다.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힘들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결국은 '책'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그 정도면 '생각하는 것을 결과로 만들어 냈다'는 친구의 표현이 맞는 거 같기도 했다.

"너는 뭐든 생각하는 대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저력이 있어."


등산을 좋아해서 주말마다 산에 가던 나에게 지인이 '100대 명산'을 추천해 주었다. 등산용품 브랜드인 '블랙야크'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전국에 100개의 명산을 지정해서 산 정성에서 인증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평소에 운전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주로 서울 인근 산을 다니는 나에게는 전국의 산을 등산하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었지만 왠지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전국에 분포해 있는 100개의 산이 있는 곳까지 혼자 운전하고 홀로 산에 올랐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라고 주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아서 비교적 빠른 기간인 1년 3개월 만에 완등이라는 결과(2019.9.28 명지산 ~ 2020.12.13 금오산)를 만들어 냈다. 마지막 100번째 산에서의 벅찬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100대 명산 이후에 내 눈에 들어온 또 다른 목표는 '100일 글쓰기'였다. 뼛속부터 이과인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할 때 나 스스로 반신반의했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기 시작하고 함께 책을 읽는 동호회도 가입했다.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숭례문 학당의 글쓰기 강좌 수업을 수료하고  '100일 글쓰기' 프로그램도 함께했다. 중년의 성인 남자가 1년에 글을 몇 개나 쓸까 (물론 글의 길이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나에게는 커다란 도전이자 모험이었지만 결국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100개의 글 (2022.1.10~2022.4.19)을 만들어 내었다. 딱히 내세울 만한 나의 '특기'가 없던 나에게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친구가 고맙다. 나는 연말을 맞이해서 내년(2023년)의 계획을 세우고 버킷리스트도 정리했다. 나의 또 다른 새로운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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