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산적' 인지 아니면 '섭산&적' 인지 요리 이름이 궁금했다. 요리 이름만 얼핏 들어서는 어떤 음식인지 유추가 안된다.특히 궁중요리들이 그렇다. 오이갑장지, 호박선, 홍합초, 탕평채도 처음 들었을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인공지능 쳇 GPT에도 물어봤지만 정확한 어원을 찾지 못해 요리 사부님에게 '카톡' 찬스를 썼다.
"선생님, 늦은 시간에 죄송한데, 혹시 오늘 배운 '섭산적'의 '섭'이 무슨 뜻인가요?"라고 문자를 보내자마자 바로 답변이 왔다.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왠지 두드리다는 뜻일 거 같네요. 섭-산적, 섭-산삼 같은 요리가 있는 걸 보면요." 그러고 보니 요리 실습시간에 고기를 다지기 위해 칼등으로 도마를 두들기던 '다다다다~' 소리가 아직까지 귓가에서 환청으로 들리는 것을 보니 '섭&산적'은 두들겨서 만든 산적이 분명하다.
'섭&산적'은 두들겨서 만든 산적이 분명하다.
꼬치구이를 뜻하는 '적'요리는 대부분 3가지(산적, 누름적, 지짐누름적)로 구분된다. 산적(파산적, 떡산적, 사슬적)은 익히지 않은 재료를 꼬치에 꿰어 굽거나 지진 것이고 누름적(화양적, 잡누름적)은 재료를 양념하여 익힌 다음 꼬치에 꿴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짐누름적(두릅적, 파적)은 재료를 양념하여 꼬치에 뀌어 전을 부치듯이 밀가루, 달걀물을 입혀서 지진 것이다.
요즘에는 꼬치에 꿰기만 하면 모두 '산적'이라고 부른다. 섭산적은 특이하게도 3가지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산적인듯 산적아닌 산적같은 요리~♪' 이다. 소화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임금님이 한입에 쏙 하고 부드럽게 연육 된 소고기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만든 특별식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맛을 보면 이게 고기인지, 두부인지 분간이 안되고 입에서 몇 번 씹으면 그냥 부서져서 넘어가 버린다.
소고기는 지방을 제거하고 얇게 채를 썰고 곱게 다지고, 두부는 젖은 면포로 물기를 짜고 도마에 두고 칼등으로 으깨서 고기와 골고루 섞어준다. 여기에 반죽이 질척이지 않게 하기 위해 간장대신 소금으로 불고기 양념(소설파마 후깨참)을 섞고 끈기가 나도록 치대면서 반대기(가루 반죽을 평평하고 둥글넓적하게 만든 조각)를 만든다.
고기는 수축되고 두께는 팽창하기 때문에 한식조리 기능사 시험장에서 요구하는 크기보다 넓고 얇게 만들어 석쇠에 올린다(10cm x 10cm x 0.5cm). 이때 석쇠에 고기가 들어붙지 않게 하기 위해 달군 후에 식용유를 앞뒤로 키친타월로 찍어서 바른다. 고기를 구울 때는 고기가 타지 않도록 중불에서 은근하게 익혀내고 충분히 식힌 후에 떼어낸다.
뜨거운 상태에서 떼어내면 고기가 부서질 수 있음으로 주의해야 한다. 고명으로 고깔을 떼어낸 잣을 키친타월로 눌러 기름을 제거하고 칼로 곱게 다져서 썰어놓은 섭산적 위에 올린다. 얼핏 봐서는 섭산적이 고기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된다. 입에 넣고 몇 번 씹어보면 고기의 변신이 느껴진다. 두들겨 맞은 후에 새롭게 태어난 고기의 새로운 맛과의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