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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매력

겨자채

by 소채

매운맛은 몸 안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혓바닥의 고통은 온몸에 경계태세를 알리고 매운맛을 받아들이지만 짜릿한 고통은 순간적으로 희열과 쾌감을 동반한다. 자주 매운맛을 즐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중독이 되면서 무뎌지게 되기도 한다. 사람 간의 만남에도 톡 쏘는 상대가 주는 매력을 느낄 때가 있다. 만날 때마다 편안한 상대는 아니지만 밋밋한 상대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만날 수록 그 매력에 빠지기도 한다.


음식의 재료에도 톡 쏘는 역할을 하는 성분들이 있다. 알라신(마늘, 양파), 피데린(후추), 시니그린(겨자, 고추냉이), 캅사이신(고추)에는 각각의 매운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희한하게도 매운맛을 먹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 신기하다. 뜨거운 황탯국을 먹고 '아 시원하다'라고 하고 사우나 한증막에서 땀을 빼고 시원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간의 몸은 언제 봐도 신기하고 신비롭다.




한식조리 기능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31가지 요리를 배우고 있다. 초기에는 오전에 한 가지, 오후에 한 가지씩 하다가 요즘은 하루에 4가지를 시범을 보고, 따라 하고, 평가하는 것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니 다음 주 시험을 앞두고 한 바퀴를 돌고 어제까지 두 바퀴를 돌았다. 물론 실습과정 중에 망치거나(육원전, 두부조림, 생선구이) 어렵다고 생각되는 과정들(생선 전, 칠절판)은 주말에 집에서 재료를 사서 연습한 것까지 합치면 서너 번 시도한 요리도 있다.


그래도 처음 해본 요리와 서너 번 해본 요리는 결과물이 다르긴 하다. 확실히 서너 번 해본 요리는 요리하는 과정이 편안하기도 하고 맛이나 모양도 괜찮다. 평생주방에서 음식을 요리한 주부들이나 요리사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요린이'의 입장에서 가끔은 스스로를 칭찬한다. '삼식이' 소리 안 들으려고 시작한 주말요리가 요즘엔 내 인생에 새로운 활력을 준다.




겨자채는 겨자장에 신선한 채소(양배추, 오이, 당근)와 편육, 지단, 과일(배), 견과(밤)를 섞어 무친 것으로 부드럽고 매운맛이 어우러진 요리이다. 겨자채는 고기 음식을 먹을 때 느끼한 맛을 없애주기 때문에 주안상이나 교자상에 올려졌다. 겨자가 들어간 요리는 제일 먼저 40도 정도의 따뜻한 동량의 물에 개어 발효시키고 식초, 설탕, 소금을 넣고 겨자장을 만든다.


겨자채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한입크기 보다 작은 사이즈(1cm x 4cm x 0.3cm)로 자르고 양배추, 오이, 당근은 찬물에 담그고 배와 밤은 설탕물에 담근다. 편육은 삶고 계란지단과 함께 같은 크기로 잘라서 준비한다. 겨자장에 버무리기 전에 모든 재료는 물기를 제거하고 무친다. 이때 지단은 부서질 수 있음으로 다른 재료들을 무치고 난 후에 부드럽게 다시 무쳐낸다. 고명으로는 통잣을 대여섯 개 올려내면 겨자채가 완성이다. 톡, 쏘는 겨자채의 시니그린이 오늘도 나를 유혹한다.

[사진] (좌) 실습후 품평회 (우) 레시피 <한국조리, 엄유희, 201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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