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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술안주

미나리강회

by 소채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임금은 어느 봄날 정원 산책길에 파랗게 돋아나는 미나리를 눈여겨보고 갑자기 안동소주에 미나리강회가 당겼다. 바다 건너 일본의 잦은 남해 바다에서의 노략질과 대동강 건너 중국에서는 명나라와 청나라 간의 싸움으로 인한 외교적 입장 등으로 외교적으로 머리가 아프던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술을 마신다고 문제 해결이 되지는 않지만 새벽부터 내린 봄비는 임금의 마음을 감성적으로 변하게 했다. 이런 날에는 빈대떡에 막걸리가 제격이지만, 임금 신분에 평민들이 먹는 것을 먹고 마실 수는 없어 내관을 통해 수라간에 기별을 넣어 주안상을 준비시켰다. 미나리 강회는 어린시절 대비마마가 만들어주던 엄마 손맛이 깃든 음식이기에 더 각별했다.



미나리강회는 고기, 생선, 채소 등을 물에 살짝 익혀서 먹는 숙회(熟膾)의 일종으로 미나리나 실파등을 데쳐 엄지손가락 정도의 굵기와 길이로 돌돌 감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요리이다. 미나리는 특유의 향긋함과 부드러운 식감이 있고 다양한 영양소와 해독작용이 뛰어나 체내 중금속이나 각종 독소를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에서 개봉한 <미나리, 2020, 정이삭 감독>에서 감독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의 질긴 생명력과 강한 적응력을 보고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른 봄 햇미나리로 미나리강회를 만들면 부드러운 질감과 향기로운 맛이 봄철의 미각을 느끼게 해 준다.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그 정성으로 주안상(술과 안주)이나 교자상(명절이나 축하연)에 많이 올려졌다.




미나리강회에는 소고기 편육(검정), 백지단(흰색), 황지단(노랑), 홍고추(빨강), 미나리(파랑)의 오행의 색깔이 모두 있어 화려하다. 미나리는 데쳐서 물기를 짜고 굵은 것은 반으로 가르고 소고기는 끓는 물에 충분히 익혀 1.5cm x 5cm 크기로 편육을 만든다. 달걀로 백지단, 황지단을 도톰하게 부쳐 소고기와 같은 크기로 지단끼리 겹쳐 잘라내고 홍고추는 씨를 빼고 0.5cm x 4cm로 썬다.


편육, 백지단, 황지단을 차례대로 쌓고 그 위에 홍고추를 올린다. 왼손으로 움켜쥐고 미나리를 재료의 삼분의 일지점 밑부분부터 미나리를 감아 세 바퀴 정도 돌리고 끝부분을 잘라 다시 밑부분에 산적꼬지나 젓가락으로 쑤셔 넣어 마무리한다. 말은 쉽지만 실제 작업을 하다 보면 손이 덜덜 떨린다. 한식조리사 기능 시험에는 8개를 35분 내에 제출해야 한다.


시험에서 유일하게 요리와 함께 양념장(초고추장)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집에서는 초고추장에 참깨를 넣어 먹는 경우가 있으나 시험장에서 초고추장에 혹시라도 깨나 들어가 있으면 탈락이다. 손이 많이 가고 비주얼은 좋은데 반해 맛은 강하지 않아서 우리집 주안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미나리 향이 봄기운을 알려주고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해 준다니 이 봄에 화려한 미나리강회를 도시락에 담아 봄소풍이라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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