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조리 기능사 실기시험은 총 31개 요리가 정해져 있으며 그중 최상 난이도는 '비빔밥'이다. 실기시험은 2개의 요리를 묶어서 실시되며 2개 요리를 합쳐서 60분~70분 시간이 주어진다. 요리당 보통 30분 정도이나 비빔밥에 할당된 시간은 50분이다. 식재료마다 손질법과 양념이 각기 다르고 복잡하다. 거기다가 계란 지단도 부재료로 붙여내야 하고 다시마도 부각으로 튀겨내고 마지막으로 고추장도 볶아내야 한다.
이 모든 온갖 한식 조리기술의 중심에 '밥 짓기'가 있다. 실습 강의를 시작하면서 사부님이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것이 바로 '밥 짓기'이다. 만약 밥이 덜 익거나, 밥을 태우거나 하면 시험도중에 짐 싸들고 나와야 한단다. 사부님 말에 의하면, 시험장에 가면 꼭 밥을 태워먹는 수험자가 있다고 한다. 다들 밥 타는 냄새에 웅성웅성하는데도 유독 그 냄새를 못 맡는 사람이 있다고, 그건 바로 밥을 태우고 있는 당사자라고 말이다.
'비빔밥'은 제철에 나는 나물들에 갖은양념을 해서 고추장과 함께 비벼 먹는 음식으로 '골동반'이라고도 한다. '골동'이라는 말의 유래는 '분류가 되지 않는 옛날 물건'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로 '골동품'를 보면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다. 이후에는 '뒤섞는다'라는 뜻으로 바뀌어서 '골동면(비빔국수)', '골동반(비빔밥)'에 사용되었다. 또한 비빔밥(골동반)은 절기 음식(12월)으로 해가 지나기 전에 남은 음식을 모두 한데 섞어 먹었다.
'비빔밥'은 제철에 나는 나물들에 갖은양념을 해서 고추장과 함께 비벼 먹는 음식으로 '골동반'이라고도 한다.
절기 음식이다 보니 과거에는 임금에서부터 백성들까지 먹는 사람마다 약간씩은 재료가 달랐지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모두 선호하는 음식이 되었다. 특별하게도 궁중에서 만들어진 비빔밥의 재료에는 '청포묵'과 '다시마튀각'이 들어간다. 가정집에서 만들어 먹는 비빔밥과 비교해 보면 다소 낯선 조합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청포묵의 식감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전주비빔밥에는 청포묵 대신에 황포묵이 사용되기도 한다.
실습이 시작하자마자 청포묵을 '넣소~, 뺏소~'를 외치면서 빠르게 데쳐서 건져내고 30분 정도 불린 쌀과 동량의 물을 부어 화력 좋은 가스불위에 냄비를 올렸다. 재료들을 손질하면서 힐끔힐끔 냄비도 쳐다보고 메모해 둔 교재도 확인하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거기다가 애호박은 소금으로, 도라지는 소금,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으로 양념하고 고사리는 간장,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물에 데친 청포묵은 서로 엉기지 말라고 소금과 참기름으로 양념을 한다. '에이씨, 뭐가 이리 복잡한 거야!' 하면서 속으로 투덜거리던 중에 주위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밥탄내가 난다고 한 마디씩 하면서 각자 자신들의 냄비 뚜껑을 열고 확인한다. 나도 뒤늦게 냄비뚜껑을 열자 탄내가 코를 진동한다. 이미 밥 색깔은 까맣고 냄비 안쪽도 새까맣다. 얼른 불을 끄고 물을 부었지만 복구가 안된다. 머리가 멍하고 멘붕이 왔다.
당장 실습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겨우 참았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음을 진정하고 요리를 마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속으로는 냄비 속에 있는 까만 밥처럼 속도 까맣게 타고 있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다시마를 부각으로 튀겨내고 지단을 붙여내고 남은 재료들과 고추장도 팬에 순서대로 볶아냈다. 비록 밥은 까만색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흰색인 것처럼 그릇에 담아냈다.
당장 실습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겨우 참았다.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연습할 때 태웠으니 망정이지 시험장에서 그랬으면 어쩔~' 하고 스스로 위안을 한다. 퇴근길에 곧바로 '다 있소'에 들러 '강화유리 냄비뚜껑'을 찾았다. 그래도 눈으로 냄비 안을 쳐다보면 좀 낫지 않을 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조리기구를 보강하고 밥 짓기 연습을 반복하는 길뿐이다. 애당초 삼식이 소리 안 들으려고 시작한 요리인데 밥이나 태워먹어서야 되겠는가. 힘내자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