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장육사'는 '경장육슬'이라고도 하며 돼지고기를 얇게 채 썰어 경장(춘장)으로 볶고 채 썬 야채와 함께 꽃빵에 싸 먹는 베이징 요리이다. 중식당에 가면 메뉴판에 언제나 등장하지만 한 번도 눈길을 준 적은 없다. 솔직히 조리실습시간에 처음 듣는 요리이다 보니 그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중식조리기능사 실기책에 나와 있는 사진만으로는 맛을 가름하기가 어려웠다.
사진으로 보는 비주얼상으로는 마치 하얀 야채 위에 까만 짜장면이 꼬불꼬불 놓인 거 같기도 하다. 조리실습이 시작되고서야 까만 짜장면처럼 생긴 것의 정체가 돼지고지 채를 썰어 초벌구이(기름에 데치기, '꽈'라고 함) 하고 춘장에 죽순과 함께 볶아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경장육사는 '돼지고기 짜장 볶음' 요리이다.
경장육사는 '돼지고기 짜장 볶음' 요리이다.
춘장은 중국식 된장인 첨면장에 MSG, 캐러멜 색소를 첨가해서 대량생산화시킨 한국식 장류이다. 짜장면이나 탕수육처럼 중국 본토에 가면 없는 국내에만 존재하는 K-푸드이다. 약 백 년 전(1948년) 화교 출신의 국내식품회사에서 '사자표' 춘장을 처음 개발해서 현재까지 중식장 중심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요리사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요리사들 사이에서는 '진미 춘장' 보다 '사자표 춘장'을 선호한다고 한다.
춘장은 짭짭하면서도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나며 쓴맛과 신맛이 은근히 남아 있기 때문에 요리에 사용될 때는 기름에 튀기듯이 볶아서 사용한다. 가정에서는 튀겨서 사용하기 힘들어서 최근에는 여러 회사에서 볶은 춘장을 판매하기도 한다. 어원은 첨면장의 발음이 변한 것이라는 설과, 국내에서 짜장면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식당의 이름(공화춘)에서 불려졌다는 설 등이 있다.
대파를 5cm 길이로 어슷하게 가는 채를 썰어 찬물에 담그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과정이다.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라서 그런지 꾸벅꾸벅 졸면서 시범강의를 보고 따라 하다 보니 어슷이라는 말에 고추처럼 어슷 썰고 다시 채를 썰었다. 결과는 짜리 몽땅한 채를 그릇에 담긴 물에 동동 띄워졌다. 뭔가 느낌이 싸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가 없어 계속 찝찝한 느낌으로 요리실습 따라하기를 강행했다.
죽순과 남은 대파는 채를 썰고 마늘과 생강도 두껍게 다져내고 춘장을 기름에 자글자글 볶아내서 별도의 종지에 담아 준비한다. 돼지고기를 얇게 채를 썰고 진간장과 청주로 밑간을 하고 튀김옷(달걀물+녹말가루)을 입혀 뜨겁지 않은 기름(100도 정도, 기름 위에 손바닥으로 열기가 느껴질 정도)에 데쳐낸다. 팬에 향신채(대파, 마늘, 생강)를 먼저 볶고 청주, 간장으로 향을 더하고 여기에 볶은 춘장, 물(반컵), 굴소스, 흰 설탕(1T), 물녹말(물 1T, 전분 1T)을 넣어 짜장소스를 만든다.
팬에 볶아놓은 돼지고기, 죽순채를 넣어 잘 섞고 참기름으로 마무리를 하고 매운 기를 빼놓은 대파채를 접시에 깔고 소복하게 올려낸다. 워낙 짧게 잘못 자른 대파 채이다 보니 양이 적고 짧아서 밑에 까는 대신에 고기 옆에 에둘렀다. 품평회시간에 역시나 요리사부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하지 못한다. "이 채는 너무 짧고 양이 적네요, 누구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