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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힘 좋은 부추

부추잡채(지우차이 차오러우쓰)

by 소채

언젠가부터 내 글에는 '정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글쓰기 친구의 조언을 받아들인 후부터이다. 어떤 글에선가 '고사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정력에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다'는 내용을 썼다가 친구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단어 자체가 주는 이미지가 거북스럽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느끼게 한다는 설명이었다.


단어 하나 때문에 전체적인 글의 내용이 저속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제목을 쓰다가 멈칫하고 중국식 부추인 후부추의 뻣뻣함에서 연상되는 '힘 좋은'으로 표현했다. 어찌 되었던 부추는 자양강장 식재료이다 보니 삼겹살을 먹을 때도 오리구이를 먹을 때도 부추와 함께 먹는다.




사 년 전쯤 백패킹에 입문하고 나서 제일 먼저 배운 캠핑요리는 '오리훈제 볶음'이다. 마트에서 오리훈제 볶음을 사면 소스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간편하게 캠핑장에서 조리를 해 먹을 수가 있다. 여기에 좀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로 '부추'이다. 오리훈제 고기가 어느 정도 익기 시작하면 부추를 넣고 '휘휘' 저어주면 끝이다.


부추가 있을 때 하고 없을 때 하고 맛의 차이는 분명하다. 처음에는 부추를 씻는 방법도 자르는 방법도 몰라서 당황해했지만 몇 번 캠핑요리를 하고 나서는 오제훈제 요리에 '부추'는 필수 식재료가 되었다. 추가적으로 양파도 채 썰어 넣고 마늘도 편으로 썰어서 넣으면 쌀쌀한 밤공기의 산에서는 진수성찬이 된다. 물론 요즘은 고기를 멀리하다 보니 부추맛을 본 지도 꽤나 지났다.




부추잡채에 들어가는 주재료는 돼지고기와 부추이다. 돼지고기를 녹말가루와 달걀물로 튀김옷을 입혀 튀김옷이 '시스루(see-through)'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요리의 포인트이다. 돼지고기는 얇게 채를 썰어 소금과 청주로 밑간을 한다. 채를 썬 돼지고기는 기름이 뜨거워지기 전에 고기를 넣고 재빨리 저어서 고기가 뭉치지 않고 튀겨낸다.

'시스루(see-through)'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요리의 포인트이다

부추는 6cm 정도로 자른다. 조리시험에 사용되는 부추는 국내산 부추가 아니고 중국산 호부추이다. 중국산 호부추는 억세고 매운맛이 강해서 팬에 볶을 때 흰 부분을 먼저 익힌 후에 파란색 부분을 볶으면서 소금으로 간을 한다. 어느 정도 부추가 익으면 튀겨진 고기를 넣고 참기름을 넣어 완성한다. 조리시험에는 굴소스가 재료로 나오지는 않지만 집에서 먹을 때는 소량의 굴소스를 추가하면 풍미가 좋아진다. 오늘은 부추잡체 먹고 힘 좀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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