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국식 오이탕탕이

마라 황과

by 소채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껍질이 단단한 오이는 버텨보지만 이내 산산조각이 난다. 면적이 넓은 중식도는 천장까지 올랐다가 도마 위에 놓여있는 파란색 오이를 향해 돌진한다. 파편이 부엌바닥에 튀면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한 그릇의 마라황과를 만들기 위해, 파란 오이는 도마 위에서 그렇게 산산조각이 났나 보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꽃 옆에서'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퍽~' 하는 마늘을 내리치는 요리사부의 중식도 소리에 깜짝 놀랐다. 한식에서는 마늘을 편 썰어서 가늘게 채를 썰고, 다시 미세하게 다지기를 계속하다가, 중식에서 과감하게 내리쳐서 으깨지는 마늘을 보는 순간 '다르긴 다르다'라는 생각이 든다. 마늘에 이어 오이도 같은 요령으로 내리친다.




'마라 황과'에서 '마라'는 '맵다'는 뜻이고 '황과'는 '오이'를 말한다. 중국식 오이 탕탕(오이초무침)은 고추기름과 두반장이 사용된다. 시큼한 마라황과는 느끼한 중국요리와 잘 어울린다. 마라황과는 하루 정도 숙성을 해서 2~3일 내에 먹는 중국식 반찬이다. 시범을 보인 다음날 유리병에 담겨 시식용으로 수강생들에게 제공되었다. 생각했던 맛보다 시큼 달콤한 맛이 개인적으로는 자차이(짜사이)보다 한 수 위인 것처럼 느껴졌다.

'마라 황과'에서 '마라'는 '맵다'는 뜻이고
'황과'는 '오이'를 말한다.

만드는 방법은 단순했다. 주재료는 오이이고 나머지는 양념을 섞어서 하루정도 보관해서 먹으면 된다. 퇴근해서 귀갓길에 마트에 들러 싱싱한 오이를 한 무더기와 두반장 한 병을 샀다. 커다란 양재기를 준비하고 레시피에 따라 이것저것 챙겨서 넣는데, 이런! 집에 설탕이 없다. 중식요리 연습한다고 워낙 설탕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흰 설탕이 바닥이 났다. 급한 김에 흰 설탕 대신 가지고 있던 흑설탕(마스코바도)으로 대신한다.




재료를 버무리고 맛을 보니 요리사부가 만들어준 것과 약간의 맛차이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비슷한 맛이 났다. 그런데 생각보다 신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하루가 지나고 나니 하루 숙성했다고 전날 보다 신맛도 줄고 더 맛난다. 아마도 오이에서 수분이 나와 조금은 희석된 듯했다. 주말에 유리병에 담아 본가 어머니에게 '중국식 오이탕탕이'라고 소개하고 맛을 보여드렸다. 한식 밥반찬으로도 괜찮았다.


약간의 자신감이 생겨 다음날 요리학원에도 챙겨나서 주위 수강생들과 맛보기를 했다. 전반적인 평은 괜찮았지만 여전히 신맛이 강하게 올라온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어느 수강생이 내게 넌지시 물어본다. "혹시, 2배 식초 넣은 거 아니야?"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그럼 2배 식초는 레시피의 반만 넣어야 하는 거였나. 젠장! 우리 집 식초는 3배 식초인데'


*레시피

- 오이 5개(6cm, 으깨기)

- 식초 1컵, 설탕 1컵, 두반장 2큰술, 고추기름 3큰술, 소금 3큰술

- 마늘 5개(으깨기), 홍고추 2개(어슬썰기)

[사진] 딤섬 전문점에서 만난 오이반찬(마라황과로 추정)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