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에 육류는 없고 풀떼기만 올라오던 시기가 있었다. 어리 시절에는 그게 그렇게 싫었다. 그래서 오십 살이 넘도록 무조건 밥상 위에는 최소한 소시지나 계란프라이라도 올라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육식을 줄이고 채소를 주로 먹다 보니 중식 요리과정에서 만난 '채소볶음'은 반갑기 그지없다.
중식조리기능사 '채소볶음' 지급재료 목록에는 어떤 고기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계란이나 해산물도 없다.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요리의 간은 대부분 맵거나, 짜거나, 달거나 하다. 주위에 많은 음식들이 강한 자극을 준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입맛은 점점 강한 것을 찾게 된다. 하지만 '채소볶음' 맛은 순하다. 채소가 갖고 있는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 시대의 요구를 거부한다.
'채소볶음' 맛은 순하다
채소볶음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음양오행사상을 모두 담고 있다. 죽순(황색), 정경채(청색), 마늘(백색), 당근(적색), 건표고버섯(흑색) 은 '오방정색'의 색깔(황, 청, 백, 적, 흑)과 방향(중앙, 동, 서, 남, 북)을 의미한다.
황색은 우주의 중심으로 가장 고귀한 색으로 임금의 옷을 황색으로 만들고 청색은 봄의 색, 귀신을 물리치고 복을 비는 색으로 쓰였다. 백색은 진실, 순결을 의미해 우리 민족이 흰 옷을 즐겨 입고 적색은 정렬과 애정을 뜻하는 색으로 사용되었다. 마지막으로 흑색은 인간의 지혜를 관장한다고 생각했다.
단지 밥상 위에 풀떼기라고 생각했던 요리 한 그릇에 철학이 녹아있고 우주의 기운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다소 부담스럽기는 해도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의 식감이 다시 기분을 가볍게 해 준다.
모든 채소는 4cm 정도의 편으로 썰고 대파, 마늘, 생강을 제외한 모든 채소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사용하라는 것이 요구사항이다. 물에 데치면 색깔이 더 진해지고 부드러워진다. 야채 손질 전에 양송이과 죽순은 통조림 제품인 경우에는 별도로 물에 데쳐서 불순물을 제거한다.
청피망은 속을 제거하고 편 썰고, 건표고버석은 저며내고 양송이는 모양을 살려 편 썬다. 청경채, 당근, 셀러리, 죽순, 대파를 편 썰고 마늘과 생강은 모양대로 얇게 썬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대파, 마늘, 생강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재료를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 후 건져서 물기를 뺀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향신채(대파, 마늘, 생강)를 먼고 볶으면서 진간장, 청주를 넣어 향을 내고 채소를 넣고 물(1/2컵)을 붓고 끓인다. 간은 소금, 흰 후추가루로 하고 물녹말로 걸쭉하게 농도를 맞춘다. 이때 검은 후추가루를 넣지 않도록 주의해햐 한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으로 버무려 완성그릇에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