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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Nov 15. 2023

우동국을 어떻게 급식으로

우동국(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빵빵이(구멍이 뚫린 대야)를 들어 올린다. 

펄펄 끓는 국솥 안으로 살짝 놓았다가 잠시 후로 끄집어 낸다. 얼었던 냉동면은 언제 그랬냐 싶게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잘 익은 면은 양손으로 몇 번 치댄 후에 국통에 담긴다. 물론 국과 함께 담지 않고 오직 면만 담는다. 이런 식으로 총 54개의 국통에 담는다. 국물과 함께 담지 않는 이유는 면이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면을 모두 담은 후에는 국솥에 담겨있던 육수국물에 어묵도 넣고, 버섯, 양파 등도 넣은 후 간을 맛춘다. 그런 후에는 잠시 기다린다. 각 반에 배송될 시간이 임박해서야 다시 국통을 열고 국물을 붓는다. 모두 54개의 국통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하니, 그래도 면발이 부는 것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빵빵이를 들어 올린다. 



우동이나 짜장면은 면을 뜨거운 물에 후다닥 익힌 후 건저내서 바로 국물을 붓거나 짜장과 비벼서 바로 먹어야 한다. 그런데 급식메뉴로 나와있는 '우동국'은 도대체 어떻게 면을 익혀야 될지 그리고 어떻게 불지 않고 배식이 될지 궁금했다. 왜냐하면 급식실에서 만들어진 후에  아이들 교실에서 배식이 될 때까지 담고, 올리고, 이동하고, 배식하고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아침조회시간에 우동국(여기서 우동국은 우동과는 다르게 밥은 따로 제공하고 면이 포함된 국을 말한다.) 조리방법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경험 많고 항상 효율적으로 일하는 A선배의 방법으로 진행을 하기로 했다. 400여 개의 우동면을 일일이 익히는 것이 아니라 4개의 그룹(학교는 4개 층으로 구성)으로 나눠서 100개씩 익히고 바로 면발만 국통에 담기로 한 것이다.




우동면발이 없는 국이리면 보통 국을 만드는 조리방법처럼 간단히 처리했을 것이다.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추가적으로 양파나 대파 껍데기를 넣고 푹푹 끓여서 기본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파, 마늘, 양파, 생강, 버섯등의 야채를 섞고 간을 맞춘다. 여기에 메인으로 고기나 생선이 추가적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렇게 이미 육수와 함께 섞인 부속물들은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중불 또는 약불 바꾼다. 중불 또는 약불에서 은근히 오랫동안 끓여내면 국이나 탕, 또는 찌개가 된다. 그리고는 국물과 건더기를 함께 국통에 담아낸다. 하지만 '우동면발'이라는 변수는 조리법을 뒤틀어놓았다. 


전형적인 국 만들기와는 다른 2가지가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는 면을 빵빵이에 넣고 익히는 방법이었고, 두 번째는 면을 따로 담아두는 것이었다. 초짜의 눈으로 보기에는 무협지에 나오는 '신공'과 다름없었다. 물론 내 눈에는 A선배가 신공을 쓰는 '고수'로 보였다. 이렇게 오늘도 한수 배운다.  

첫 번째는 면을 빵빵이에 넣고 익히는 방법이었고, 
두 번째는 면을 따로 담아두는 것이었다.

[사진] 기장밥, 우동국, 섭산적, 알감자 고추장조림, 배추 겉절이,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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