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봉조림(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오븐기안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닭봉을 눈으로 계속 째려보고 있다. 레시피에 나와있는 닭봉조림을 본 순간 솥단지에서 튀기거나 아니면 소스들과 익혀내겠거니 했다. 하지만 조리가 시작되면서 예상이 빗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짝꿍 선배가 오븐기를 예열시키기 위해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역시 닭고기는 오븐에 구워내야 제맛이지.'
오븐기안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닭봉을 눈으로 계속 째려보고 있다.
냉장고에 보관되었던 닭봉이 담긴 비닐봉지를 모두 꺼내 사각통에 쏟아붓고 물을 가득 담아 깨끗이 씻어낸다. 미끈미끈한 닭봉들을 뜰채로 건져내서 큰 원통형 빵빵이 3개에 옮겨 담고 보니 사각통의 물이 뿌연 핑크색이 돈다. 아마도 닭껍질의 기름과 불순물 그리고 색소들이 뒤섞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건져낸 4,000여 개의 닭봉들 색깔이 더욱 뽀얗고 깨끗해 보인다. 사각통의 오염된 물을 버리고 다시 깨끗이 통을 씻은 후에 닭봉들을 다시 모두 쏟아붓는다. 거기에 고기 잡내를 없애기 위해 밑간으로 청주와 맛술을 뿌리고 양손을 깊숙이 찔러 넣고 마구마구 뒤집어서 골고루 섞이게 한다.
닭봉을 보면 버펄로윙, 버펄로시 그리고 한 친구가 떠오른다. 닭요리 중에 '버펄로윙'이 국내에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난 이미 20여 년 전에 미국에서 그 맛에 빠져버렸다. 30대 초반, 미국 패키지여행 중에 그 지역에서 유학 중인 여사친이 데리고 간 맛집에서 맥주와 함께 추천해 준 요리가 바로 '버펄로윙'이었다. 그리고 그 지역은 다름 아닌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뉴욕주 버펄로시였던 것이다.
닭봉을 보면 버펄로윙, 버펄로시
그리고 한 친구가 떠오른다.
대학연합동아리에서 많은 남동기들 사이에서 인기녀였던 그 친구를 이역만리 미국땅에서 연락이 닿아 만난 것도 신기했고 늦은 시간 시간 내서 버펄로윙을 사준 것도 신기했다. 혹시 또 미국 뉴욕 버펄로시에 가게 되면 그 친구를 찾아서 함께 버펄로윙을 맛보고 싶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그곳에서 졸업하고 결혼해서 치과의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팽팽했던 얼굴이 주름이 생겨서 서로 가물가물하겠지만 말이다.
조리장이 만들어준 베이스 소스를 받아 솥단지에 넣고 한참을 조려낸다. 사과와 양파를 갈아서 만든 소스이다 보니 조리는 동안 눈이 따끔거리면서 아려온다. 커다란 조리용 삽으로 휘저으면서 반은 실눈으로 또 반은 아예 눈을 감고 타지 않도록 계속 젓는다.
충분히 조려진 다음에서는 잘게 다진 양송이버섯을 쏟아붓고 물과 식용유를 넣고 다시 삽을 휘졌는다. 어느새 양파의 아린 기운은 사라지고 버섯의 은은한 향기가 사방으로 퍼진다. 추가적으로 굴소스, 데리야끼소스를 넣고 마늘 간 것, 생강 간 것, 후추도 넣어준다. 마지막으로 레몬물을 섞어서 최종적으로 닭봉조림용 소스를 완성한다.
오븐에서 200도 온도에서 30분 동안 잘 익혀진 닭봉은 조림용 소스와 함께 솥단지에서 하나가 된다. 양이 워낙 많다 보니 삽으로 휘젓는 동안에 온몸을 쓴다. 중간을 쭉 밀었다가 다시 힘껏 당기고, 다시 오른쪽, 왼쪽을 한 번씩 뒤섞어 소스가 닭봉에 골고루 묻도록 한다. 초등학교 학생들 입크기에 안성맞춤인 미니닭다리, 닭봉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인기메뉴이다.
초등학교 학생들 입크기에 안성맞춤인 미니닭다리,
닭봉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인기메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