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딱지에 밥을 넣고 꽃게탕 국물을 살짝 부어 내게 디밀어 준다. 어린 나이에 게딱지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기 때문에 밥알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먹는다. 양쪽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껍질 안쪽 깊숙이 밥알을 쑤셔 넣으면서 내용물까지 싹싹 비벼먹는다. 그 어린 나이에 국물맛이 끝내 준다는 것을 안 것을 보면 고유한 DNA는 어찌할 수 없었나 보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콧바람도 쐴 겸 동네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아주 어린 꼬맹이 시절에 저녁밥상에 오른 게딱지는 내 머릿속에 송곳처럼 박혀 성장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꽃게를 보면 그 당시를 떠오르게 한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칼칼한 꽃게탕 국물, 달짝지근한 하얀 꽃게살과 잘 익은 핑크빛 꽃게알이 연상되면서 목구멍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콧바람도 쐴 겸 동네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몇 가지 식재료와 과일을 장바구니에 넣고 시장 모퉁이를 도는 순간, 멀리 수산물 가게 불빛이 유난히 밝아 보인다. 그중에서도 좌판에 누워 방긋방긋 미소를 날리고 있는 꽃게들이 눈에 띄었다. 마치 빨리 자기들을 데려가라는 듯이 말이다. 그 순간 어린 시절 엄마가 끓여주던 꽃게탕의 추억이 오감을 자극한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콧바람도 쐴 겸 동네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주로 살아있는 꽃게를 사서 꽃게탕을 끓여 주셨지만 아쉽게도 좌판에 있던 꽃게들은 냉동 꽃게인 데다가 상태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살까 말까 잠시 망설이기는 했지만 이미 내 신용카드는 주인 손에 전달되고 냉동 꽃게 5마리는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겼다. 재래시장을 빠져나오기 전에 무와 쑥갓도 곁들여 장바구니에 담았다.
웬일인지 꽃게탕을 집에서 혼자 끓일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에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하지만 최근에 조리자격증도 취득하고 급식실에서 몇 개월동안 단련한 몸이 아닌가. 시장에서 귀가하자마자 인터넷을 켜고 레시피를 검색했다.
꽃게 손질 방법, 재료 리스트, 조리방법 등을 쭉 훑어보고 바로 집에서 제일 커다란 냄비에 물을 끓였다. 물이 끓는 동안 인터넷에서 알려준 대로 꽃게 손실을 한다. 배 쪽을 열어 아가미를 떼어내고 칫솔로 벅벅 문질러 껍질을 깨끗이 세척한다. 게딱지를 분리해서 양쪽에 붙어있는 모래주머니도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둔다.
육수를 만들기 위해 멸치와 다시마를 펄펄 끓이는 동안 무, 애호박, 양파, 대파, 고추, 쑥갓을 썰어 그릇에 담아둔다. 멸치와 다시마를 건져낸 육수에 무를 5분 정도 익힌 후에 양념장을 풀고 애호박, 양파, 꽃게를 넣고 끓이면서 나머지 대파, 고추, 쑥갓을 넣어준다. 후루룩 맛을 보니 제법 꽃게탕의 맛이 난다. 국물도 칼칼하고 꽃게 살도 달다. 예전에 먹던 엄마의 손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추억의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