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기고, 굽고, 볶고

05. 주찬_보조(초등학교 급식실에서)

by 소채

학교급식에서 메인메뉴를 '주찬'이라고 한다. 급식실에서 주찬을 담당하는 인원은 2명이다. 2인 1조로 조리를 한다는 뜻으로 한 명은 '정(정식)'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부(보조)'이다. 매주 담당이 바뀌니 이번주는 '부'이고 다음 주는 '정'이 된다. 이론상으로 그렇지만 실제로는 다음 주도 '부'의 역할을 할 듯하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비교해 보면 입사 3개월 밖에 안된 초짜로서 '정'의 역할을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학교급식에서 메인메뉴를 '주찬'이라고 한다.

요리학원이나 조리기능사 시험은 1인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재료손질이나 양념준비에 따른 조리기구 세팅이 대체로 간단하다. 냄비, 주걱, 국자 그리고 접시면 끝이다. 하지만 1,500인분을 조리하려면 조리기구 세팅이 어떤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하게 달라진다. 경험해 보지 않고 급식조리에 익숙하지 않으면 그날 조리는 망쳐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인지 담당 순번을 경험 많은 선배사이에 초짜가 끼여서 돌아간다.




이번주 오전에 조리한 메인메뉴는 오리불고기, 소시지 메추리알 케첩조림, 피칸파이, 닭봉조림 그리고 가자미 튀김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리들이다. 한 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메뉴이름을 들었을 때 조리과정이나 양념들이 떠오르질 않았지만 그래도 한번 경험을 해봤다고 나름 자신감이 생긴다.


오리불고기, 소시지 메추리알 케첩조림, 피칸파이,
닭봉조림 그리고 가자미 튀김


포장되어 입고된 오리고기, 소시지, 닭봉은 비닐을 제거하고 식재료를 모아서 사전준비를 한다. 오리고기는 기름을 빼기 위해 물에 담갔다가 빼서 뜨거운 물로 살살 부어주고, 소시지는 뜨거운 물에 담가 불순물을 제거한다.


닭봉은 청주를 부어 밑간을 하고 가자미는 냉동상태로 배송되기 때문에 아침부터 물에 담가 해동을 한 후에 건져낸 후 청주, 마늘, 후추로 밑간을 한다. 준비과정을 거친 후에는 기름에 튀기기(가자미 튀김)도 하고 오븐에 구운(닭봉조림) 후에 양념장에 조리기도 하고 처음부터 볶음솥에서 야채와 함께 볶기(오리불고기)도 한다.




오후 세척작업은 전체 세척과정 중에 조리원들이 가장 꺼려하는 '식기 세척기' 담당이다. 식기 세척기에 식판뿐만 아니라 반찬통, 식판통, 국통, 수저통등을 세척기 속으로 집어넣는 일이다. 조리원들이 꺼리는 이유는 작업의 난의도가 높지는 않지만 여러 종류의 식기류가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오후 내내 집중을 해야 한다. 잠깐 한눈이라도 팔면 급속하게 정체가 생기기 때문이다.


식판 담당은 잔반이 묻어있는 식판을 헹구고 애벌세척을 한 후에 1,500개의 식판을 내쪽으로 보낸다. 반찬통 담당은 반찬통 잔반을 털고 세척한 후에 약 150개 정도의 반찬통과 반찬뚜껑을 또 내쪽으로 보낸다. 국통 담당은 잔반을 쏟아붓고 세척 후에 50여 개의 국통과 국통뚜껑을 여지없이 다시 내쪽으로 보낸다. 마지막으로 식판을 담았던 파란색 플라스틱통 50여 개가 세척 후에 나에게로 온다.


마치 고속도로로 모인 온갖 종류의 차량이 톨케이를 통과하는 듯한 모양이다. 모든 세척이 필요한 것들은 내 주위에 모이고, 나는 그것들을 세척기 속으로 밀어 넣는다. 손동작과 몸짓은 점점 빨라지고 숨이 차오르면서 눈동자 초점은 어느새 세척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온몸에 힘이 빠질 때쯤이면 작업이 끝난다. 이미 다른 선배들은 작업을 모두 마치고 사라진 후다.


이미 다른 선배들은
작업을 모두 마치고 사라진 후다.

[사진] (왼쪽) 튀김솥 (오른쪽) 식기세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