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식용유

06. 주찬_정식(초등학교 급식실에서)

by 소채

'만두부인 속 터졌네(1995년)'라는 영화 제목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물론 그 영화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제목 그 자체만으로 풍기는 재미 때문에 가끔씩 상기된다. 희한하게도 내가 군만두를 튀기면 여지없이 속이 터져 기름이 지저분해질 뿐만 아니라 건저내면 만두소는 온 데 간데없고 만두피만 남는다.

만두소는 온 데 간데없고
만두피만 남는다.

속으로 냉동만두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했다. 하지만 웬걸! 조리장이 시범을 보이니 잘생긴 통통한 만두들이 노릇노릇하고 바싹하게 튀겨진다. 속 터지는 놈들이 하나도 없다. 해동된 냉동만두를 팔팔 끓는 식용유에 붓고 튀겨내는 과정은 누가 봐도 간단한 조리과정인데 그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자세히 보니 기름에 만두를 던질 때 한 곳에 뭉치지 않게 하는 것이 첫 번째 포인트였다. 그리고 두 번째 포인트는 만두가 기름 위로 떠오를 때까지 그대로 두는 것이다. 잘 익게 한다고 뜰채로 뒤적거린 것이 속을 터지게 하는 주범이었던 것이다. 역시나 깨달음 후에 튀긴 군만두는 제법 듬직해 보인다.




2인 1조로 메인반찬을 2주 동안 만들다 보니 조금은 익숙해진다. 첫 주는 '튀기고, 굽고, 볶고'를 했다면 두 번째 주는 '튀기고, 또 튀기고, 다시 튀기고'를 한다. 영양사가 짜놓은 식단에 따라 조리를 하다 보니 이번 주는 식용유를 유난히도 많이 사용한 한 주가 되었다.


새우두부 칠리소스는 두부를 튀기고, 만두튀김은 만두를, 삼치엿장조림은 삼치를 튀겼다. 마지막날에는 파닭강정을 조리하기 위해 닭까지 튀겼다. 돼지갈비찜을 제외하고는 매일 튀김요리를 했다. 튀김이 있는 날이면 아침 일찍 배송된 식용유통(18리터)의 마개를 칼로 조심스럽게 딴다.


처음 오픈할 때는 한참을 헤맸지만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나중에 폐유처리까지 고려해서 큰 구멍은 아예 칼로 도려내기까지 한다. 하루 급식조리에 사용된 식용유는 재사용하지 않고 다시 식용유통에 담아서 폐유창고로 옮겨진다. 조리할 때마다 깨끗한 기름을 사용하니 아이들 건강도 챙기고 요리의 맛과 모양도 깔끔하다.


아이들 건강도 챙기고
요리의 맛고 모양도 깔끔하다.



아이들이 사용한 식판과 집기류(집게, 롱스푼, 국자, 주걱)는 파란색 플라스틱 통에 담겨 급식실로 회수된다. 건물 층별로 회수를 하다 보니 1층, 2층, 3층, 4층이 모두 끝나면 대략 50여 개의 플라스틱 통이 집결된다. 층별로 순차적으로 도착하자마다 분리작업을 한다.


잔반이 처리되지 않은 식판은 세제와 뜨뜻한 물이 가득 담긴 2개의 커다란 사각통에 담근다. 집기류는 집기류 담당자에의 세척통에 쏟아부어주고 통은 통세척 담당자구역으로 보낸다. 뜨거운 세제물에 불려진 식판을 벌려 흔들어주고 탁탁 털어서 '애벌 세척기'에 올려준다.


올려진 식판은 자동 세척과정을 거쳐 반대편에 한 개씩 쌓아준다. 1차적으로 애벌세척기 통과해 쌓인 식판을 본 세척기로 이동시켜주는 담당자는 따로 있다. 다음 주에 내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1,500개의 식판을 탁탁 털다 보면 손목이 아리고 손바닥에 쥐가 나지만 어느새 모든 식판은 내손을 떠난다. 그래도 3개월의 수습과정을 지나고 나니 이제는 매일 업무의 끝이 보인다.정말 다행이다!



이제는 매일 업무의 끝이 보인다.
정말 다행이다!

[사진] (좌) 회수된 식판이 담기는 사각통 (우) 각반에 배송되는 파란색 플라스틱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