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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r 15. 2024

어서 오세요, 엄마 친구분들

알바식당으로 초대

점심시간을 피해 오후 1시에 예약을 했지만 그래도 식당입구가 복잡 복잡하다. 식당내부로 들어가니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이 대부분 여성이다. 여성들이 딤섬을 좋아한다는 소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가장 오랫동안 알고 지낸 여성분을 초대했다. 바로 '어머니'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절친들도 함께 모셨다.


몇 년 전에 바다가 내려 보이는 강화도 횟집에서 식사, 산토리니 느낌이 물씬 풍기던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나서, 그때 너무도 좋아하셨던 어머니와 친구분들 표정들이 머릿속에 늘 저장되어 있었다. 그 이후에 다시 한번 식사자리를 만든다는 것이 벌써 몇 년이 흘러 버렸다. 메뉴는 '회'에서 '딤섬'으로 바뀌었지만 그때 그 멤버 그대로 내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딤섬전문점으로 점심식사 초대를 했다.


주문이 들어가자마자 4인용 테이블에 딤섬들과 요리들이 빼곡히 순식간에 가득 채워지고 손놀림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팔순의 노모와 칠순의 친구분들이 연세는 있지만 꼭꼭 씹어서 잘 드시는 것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좋아들 하시는데,  너무 오랜만에 자리를 한 것에 미안한 생각까지 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자리를 한 것에
미안한 생각까지 들었다.




부모님이 상계동으로 이사를 한 시기는 군대 휴가 나왔을 때니까, 벌써 30년도 더 되었다. 그곳 성당에서 어머니는 친구분들과 함께 부부모임을 만들었다. 일명 '싸일이' 모임이다. 모임 멤버들이 살던 아파트 동수가 412동이라서 그렇게 붙였다.  그 당시 부모님의 나이가 중년의 나이였으니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동네 부부모임은 함께 '들'로 '산'으로 야외활동도 하시고, 전국의 유명 '맛집 식당'과 분위기 있는 '카페'도 수시로 함께 하셨다. 그렇게 지낸 삼십 년의 세월이 지나니 일부 멤버들은 이사도 하고, 돌아가신 배우자들도 생겼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왕래를 유지하면서 끈끈한 정을 이어가고 있다. 몇 년 전에 부친이 작고하시고 나서, 어머니를 옆에서 챙겨주시던 분들이 바로 '싸일이' 멤버들이다.


나는 항상 그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머님의 주거지를 계속 상계동에 유지하는 것도 바로 적적하지 않게 자주 전화하고 만나고 하는 친구분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멀리 떨어져서 가끔 연락하는 친자식보다는 매일 연락하고 자주 왕래하는 이웃사촌이 살아가는데 더 힘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어머니도, 친구분들도, 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어머니도, 친구분들도,
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전 세계의 엄마들은 자식들을 위해 몇 번의 식사를 준비해 줄까? 만약 20세에 독립한다는 미국의 경우에도 하루에 한 끼를 챙겨준다면 7,300번, 두 끼를 챙겨준다면 14,600번이다. 대략 평균적으로 약 10,000번 정도이다. 어마어마한 노력과 희생이다. 그렇다면 자식들은 부모에게 평생 몇 차례의 식사를 대접할까?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을 하게 된다.


물론 오십이 넘은 나이임에도 주말에 어머니 댁에 방문하면 팔순이 다 돼가는 노모는 밥을 차려준다. 미안한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밥 잘 먹는 아들을 보면서 뿌듯해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모르는 척 밥을 먹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가능하면 어머니와 함께 근처 식당에서 외식을 하려고 한다.  


밖에서 지인들과 맛집을 방문하게 되면 집에 계신 어머니가 생각나서 다음번에 한번 모시고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내가 아주 어린 꼬맹이 시절에 어머니 손을 잡고 신이 나서 쫓아갔던 신세계 백화점 옆 '돈가스 경양식'이 생각나고 남대문 시장 건너편 '따로국밥' 집이 생각나는 하루였다.


남대문 시장 건너편 '따로국밥' 집이
 생각나는 하루였다.


[사진] (좌) 딤섬전문점 입구  (우) 딤섬메뉴  (사진: 딤섬전문점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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