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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ug 22. 2022

불법 사설 운전교습

직장인 아들의 초보운전 탈출을 위해

회사를 퇴사함에 따라 3가지를 반납해야 했다. 차량, 핸드폰 그리고 노트북이다. 제일 먼저 노트북은 아들이 추천해준 화면이 큼지막한 LG 17인치 최신 노트북을 몇 주 전에 구입해서 익히는 중이다. 30년 동안 회사에서 지급해준 노트북만 써오던 내가 이제는 내가 사고 싶은 것을 골라서 장만했다. 얼마 전에 의뢰가 들어온  수험서도 올해 안에 초본을 출판사에 넘겨야 하고 제2의 인생을 위해 글쓰기 연습과 강의 준비를 위해서는 필수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핸드폰은 법인폰에 내 개인 핸드폰 번호를 사용하고 있었고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바꾸다 보니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어렵게 반납을 하고 지금은 새로운 갤럭시 스마트폰에 적응 중이다. 마지막으로 차량은 평소에 눈여겨보던 제네시스 차량으로 아내의 승인절차를 거쳐서 장만했다.


대한민국 인구는 5천만, 차량 보유대수는 1천만 대를 넘어선 지 오래이다. 한가정에 1대씩의 차량은 보유하고 있는 뜻이다. 어떤 집은 자녀가 성장해서 직장을 들어가게 되면 한집에 차가 2대 이상씩 보유하게 된다.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도 집에 중형차 1대, 소형차 1대씩을 운행하고 있다.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다 CRV  차량을 운행하다가 회사차량이 제공되면서 과감하게 개인 소유의 차량은 처분했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도, 직장인 아들도 차량을 운전할 기회가 없었다. 왜냐하면 법인차량은 차량보험이 직원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아들은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벌써 4년이 지났지만 운전 기회가 없어서 장롱면허 신세였다. 아내도 마찬가지로 몇 년 동안 운전을 안 하다 보니 운전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 회사 인수인계를 급하게 마무리하고 이번 주부터는 백수의 길로 들어섰다. 차도 새로 장만했고 주말에 시간도 넉넉하다 보니 아들을 위해 급하게 사설 운전교습을 해주기로 했다. 아들은 최근에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와 뚜벅이 데이트를 일 년 정도 하다 보니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나의 대학시절과 직장 초년생 시절을 돌이켜 보면 차량은 데이트의 필수 아이템이다. 나도 필요할 때면  부친의  현대자동차 '엘란트라'을 수시로 빌려서 데이트를 했었다. 그건 마치 뚜벅이에게 '날개'를 달아서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아내는 아들에게 차키를 넘겨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성인 남자에게 자동차는 '마지막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성인 남자에게 자동차는 '마지막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운전연수를 시켜준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가족끼리는 더욱 그렇다. 처음에는 꾹꾹 참고 운전을 알려주지만 결국에는 서로 폭발하는 것이 바로 운전 연수중에 차량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운전석에서 운전경험이 없는 초보운전자는 오만가지 생각과 익숙하지 않은 차량 조작으로 인해서 온몸의 신경과 근육은 극도로 긴장을 한다. 또한 운전을 알려주는 사람은 조수석에 앉아서 마찬가지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자신도 모르게 급제동을 위해 오른쪽 발에 순간순간 힘이 들어간다. 우리는 다행히도 초보운전자들이 쉽게 운전을 익힐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 집에서 1시간 반 정도 거리이기는 하지만 '영종도 미단시티'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도시개발이 지연되어 거리가 한산했고 여기저기 초보운전자 느낌의 차량이 많이 보였다.


그래도 한두 시간 정도 운전 연습을 하고 나니 조금은 자신감이 붙어 보였다. 연습을 마치고 아들은 호기롭게 인천 영종도에서 방배동 집까지 운전을 해보겠다고 제안했다. 과도한 자신감이었다. 아들을 설득해서 다음날에 다시 연수를 하는 것으로 하고 과도한 자신감을 진정시켰다. 대신 영종도에서 점심 먹으러 무의도까지 가는 30분 거리는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물론 아들이 운전하는 동안 나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아무 사고 없이 식당에 도착했고 차량 키를 돌려받았다. 귀갓길은 토요일 오후이다 보니 차량도 막히고 나른해서 졸음도 피하기 위해 중간중간 간이휴게소에서 쉬다 가다를 반복했다. 이럴 때 마음 편하게 운전을 교대하면 좋을 텐데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부친은 어린 나를 태우고 전국을 나들이하셨고 청년인 나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셨다. 운전을 배우기 시작하고 나서 나는 나만을 위한 차를 구매했고 밥벌이를 위해 열심히 출퇴근길과 출장길에 차를 타고 다녔다. 그러다가 중년이 되어서는 병든 부친을 모시고 병원을 다녔다. 한편으로는 나는 어린 자녀들을 태우고 추억 만들기를 위해 전국 여기저기를 차를 타고 다녔다. 오늘은  청년이 되어 버린  아들에게 운전연수를 시켜주고 있다. 아들은 운전이 익숙해지고 나이가 들면 그를 위한 차를 살 것이다. 그리고 또 세월이 지나면 병든 부모를 모시고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날이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반복되고 지속될 것이다. 자녀들이 운전하는 동안 이것 하나만 명심했으면 좋겠다. ' 운전은 프로처럼, 안전은 습관처럼 '   


' 운전은 프로처럼, 안전은 습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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