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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r 26. 2024

 볶음국수, 로미엔

딤섬전문점 알바생활

"오리구이 로미엔, 한 개 있습니다." 주문기계에서 뱉어내는 주문서를 보자마자 큰소리로 외친다. 옆파트에서 오리구이를 담당하는 선배동료가 잘 숙성된 오리를 먹기 좋게 썰고, 청경채를 올리고 전자레인지에 덮인다. 그러는 사이에 면(국수) 담당자는 원형 그릇에 세 가지 소스를 조심스럽게 섞어 담는다.


"오리구이 로미엔, 한 개 있습니다."


생강향이 나는 쪽파소스  스푼, 사과식초 반 스푼, 그리고 검은색 로미엔 소스를 한 곳에 담아 둔다.  면은 소면(계란국수)을 반으로 잘라 설설설 풀어서 완성접시에 담고 아까 만들어 놓은 소스 그릇 위에 올려놓으면 끓일 준비가 끝난 것이다. '땡~' 하고 옆파트 전자레인지에서 소리가 나면서 선배 동료는 "로미엔 끓여도 됩니다."라는 신호를 준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국수용 뜰채망에 면을 미끄러지듯이 집어넣고 수돗물에 전분기를 털어내고 곧바로 끓는 해면기에 잠수시킨다. 국수용 젓가락 한 개로 빠르게 젓으면서 십 초 정도 익혀내고 허공에서 '탁탁~' 서너 번 털어주고 소스 그릇에 담아서 골고루 비벼준 후에 완성 접시에 편평하게 담아준다. 그 위에는 바삭한 마늘 특제 가루를 뿌려주고  오리구이와 청경채를 가지런히 올려주면 요리가 완성된다.




광둥식(홍콩식) 볶음국수는 '라오멘(로면)'이라고 하며 국내에서는 '로미엔'이라고 불린다. 각종 채소와 고기를 면과 함께 볶는다. '라오'가 광둥어로 볶다, 휘젓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말 그래로 볶음면 요리로 볼 수 있다.  비슷한 중국식 볶음국수에는 '차오멘'이 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배달한 음식들 중 간혹 작은 종이상자에 담긴 볶음 국수를 열심히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차오몐'이다. '로미엔'이 살짝 볶는 느낌이라면 '차오멘'은  국수를 튀기듯이 지져내는 방식이다.


미국에 잠시 머물던 시절에 동양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대학교 푸드코드에서 열심히 먹어본 가성비 좋은  중국식 볶음 국수로 기억된다.  왠지 개인적으로는 국물이 있는 면요리보다는 볶음국수를 선호하게 된다. 국물이 있는 면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식당에 가서는 짜장면을 먹고, 베트남 식당에 가면 해산물 볶은 면을 주문해 먹는다.




한 달 동안 딤섬을 찌다가 지난주 하루 반나절을 면담당을 보조를 하다 보니 레시피가 기억이 나랑 말랑 한 상태로 출근을 했다. 장갑을 끼고 은근 슬 적 찜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완툰'을 만들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선배가 한마디 한다. "오늘부터 해면기 담당이니까, 찜기 않아셔도 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 내 담당이 바뀌어 있었다.


"허걱, 레시피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주저주저 자리를 옮기고 정신을 집중해 본다. 그래도 다행히 선배동료가 면담당 보조를 해주기로 해서 한시름 놓기는 했다. 나름 지난주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면요리를 준비해 나간다. 주문서가 들어오면 메뉴에 따라서 머릿속에 순서가 그려진다.


하지만 손님들은 나의 버벅거림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점심시간 피크 타임이 되자마자, 주문기계가 주문서들을 마구마구 뱉어낸다. '오리구이 마리엔' 같은 볶음면,  '마라우육탕면', '완툰탕면' 같은 탕면에다가  '가지딤섬', ' 새우춘권', '크리스피 창펀' 등의 튀김요리까지 도저히 혼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혼자 버벅대고 있는 사이에 보조하던 선배 동료는 거의 날아다니다시피 한다. 그녀의 손놀림은 신의 경지에 이른 듯이 보였다. 퇴근 무렵에는 온몸이 거의 파김치가 되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그래도 내일은 오늘보다 잘할 거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내일은 오늘보다 잘할 거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사진] (왼쪽)마라 우육탕면  (오른쪽) 가지 딤섬     (사진출처: 인터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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