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이 국수 다시 조리하셔야겠는데요." 손님에게 나가려던 '마라우육탕면'을 제지시키며 선배동료가 엄숙하게 선언한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국수는 두 가지 종류이다. 노란색 빛이 나는 약간 굵은 면과 갈색의 달걀이 함유된 얇은 면이다. 굵은 면은 딱 한 가지 국수요리인 '마라우육탕면'에 사용되고 나머지 요리는 모두 소면(얇은 면)을 사용한다.
선배에게 저지당한 '마라우육탕면'에는 굵은 면 대신에 소면이 흐르적 거리고 있었다. 그걸 선배가 매의 눈으로 포착을 한 것이다. '운 좋게도 사전검열에 걸려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우에 백퍼 고객불만이 발생하거나 SNS에 사진이 찍혀서 돌아다닐 수도 있던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죄송합니다. 다시 만들겠습니다."를 크게 외치면서 해면기에 굵은 소면을 퐁당 빠트린다.
'마라우육탕면'주문이 들어오면 국수 그릇에 새빨간 마라소스를 한 스푼 넣는다. 소스통에 있는 소스를 살짝 뜨는 것이 아니라 기다란 스푼으로 바닥까지 푹 찔러 넣고 빠르게 휘휘 젓고 난 후에 담아낸다. 잘 보면 빨간 소스 아랫부분에 가라앉아 있는 첨가물을 충분히 섞어내야 매운 국수의 맛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빨간 마라소스를 담아낸 국수그릇을 해면기 테이블에 올리고 노란색 굵은 국수 한 덩어리를 뜰채에 집어넣는다. 나무젓가락으로 두세 번 휘저어 주고 '1분' 타이머를 누른다. 짧은 시간이지만 바쁠 때는 면이 익는 1분 사이에 다른 소면 조리를 완성시키기도 한다. 소면은 10초 정도 담갔다가 꺼내다 보니 틈새시간에 다른 요리를 완성해야 주문이 밀리지 않는다.
'삐삑, 삐삑~' 시끄럽게 타이머 종료 알람음이 울리면 면을 허공에 털고 아까 담아놓은 마라소스 그릇에 담고, 육수를 한국자 가득 담아낸다. 면을 집게로 살살 풀어주고 그 위에 잘 숙성된 우육(소고기), 얼갈이, 무채, 청경채를 담아내면 매콤하고 얼큰한 '마라우육탕면'이 완성된다.
매운 요리를 좋아하는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는 요리는 '마라우육탕면'과 쌍벽을 이루는 '마라완툰'이 있다.
같은 마라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약간 다른 레시피 소스를 사용한다. '마라완툰' 주문이 들어오면 우선 완툰 다섯 개를 해면기 국수 뜰채에 집어넣고 '3분' 타이머를 누른다.
완툰이 익는 동안에 작은 타원형 접시에 마라완툰용 소스를 담아낸다. 마라우육탕면 소스를 건질 때와 마찬가지로 이 소스도 바닥까지 휘휘 젓고 난 후에 소스를 접시 중간에 살짝 담아내고, 중앙에 얇게 펼친다. 타이어가 울리면 완툰을 별도의 그릇에 담아내고 집게로 집어서 소스가 펼쳐진 완성접시에 하나씩 올려준다.
둥근 부분이 중앙으로 모이고 완툰의 접힌 부분이 바깥쪽으로 향하게 비주얼도 신경 써서 올린다. 접시 위에 올려진 완툰에 산초향이 나는 '마유'를 붓으로 바르고 그 위에 마늘튀김과 쪽파를 뿌려주면 '마라완툰'이 끝이다. 매운 '마라완툰' 향 만으로도 코 끝이 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