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다시 나오셔야 해요!" 같이 근무하던 스무 살 동료가 마지막날에 나에게 전한 말이다. 4개월 동안 일하면서 몇 마디 섞지도 않았는데, 그런 말을 해주는 걸 보니 그동안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그다지 나쁘진 않은 듯싶다. 아니, 어느 정도는 뿌듯함 마저 느껴진다. 워낙 한세대라는 나이차가 있다 보니 쉽게 다가서기가 어렵고, 혹시라도 오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꼭, 다시 나오셔야 해요!"
나이는 30년 이상 차이가 나지만 나보다 일찍 입사한 선배이고, 식당 요리에 숙달된 선배라는 생각에 매사 겸손한 마음으로 대하려고 했다. 조리를 할 때도, 청소을 할 때도 비롯 몸은 연식을 드러내듯이 삐그덕 거렸지만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몸을 쓰려고 했다. 그런 마음과 몸짓들이 스무 살 선배들로 하여금 인정은 받은 느낌이다.
알바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식당주방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다. 밀려오는 주문서를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던 상황들이 수시로 발생했다. 특히 휴일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끊임없이 밀려드는 딤섬 주문에 엉뚱한 찜기를 홀에 내주기도 하고, 수량이 틀리기도 하고, 타이머 작동을 놓쳐서 익지 않은 딤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찜기가 제일 쉬운 파트임을 알게 되었고 여간해서는 당황하지도 실수하지도 않는다. 4개월 만에 어느정도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찜기파트를 어느 정도 숙달하고 면(국수) 담당으로 넘어와서도 처음 한 달은 찜기 초짜 때처럼 숨을 할딱이며 정신을 못 차렸다.
특히 면담당은 튀김도 병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지딤섬이나 춘권을 까맣게 태워서 다시 튀겨야 하는 일들이 자주 생겼다. 하지만 이젠 국수를 해면하면서도 눈은 튀김 상태를 보고, 해면뜰채 3개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후배들이 입사하면 해면요령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월에 시작해서 오월로 딤섬알바를 끝냈다. 요리학원에서 5개의 조리자격증을 취득할 때만 하더라도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퇴직을 하고 나서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시작했던 '셰프의 길'이다. 전혀 다른 분야이다 보니 모든 것이 핑크빛으로만 보였다. 항상 티브이 방송에 나오는 셰프들만 보다 보니 그런 환상이 생긴듯하다.
기술원 조리학과를 마치고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이를 악물고 6개월을 버티고, 다시 일반 식당 주방에서 현장을 경험하고 나니 이제는 요리 현장이 조금은 파악되는 듯하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요리는 백 프로 리얼 육체노동'이다. 특히나 30여 년을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하던 사람에게는 더욱 육체적으로 고통스럽다.
'요리는 백 프로 리얼 육체노동'
하루종일 서서 일하고 퇴근길에 나서면 허리를 제대로 펴기도 힘들고 모든 뼈마디가 뻑적지근하다. 그래도 하루하루를 새로운 경험으로 살고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삶에 활력을 준다. 지금 당장은 원래의 일이었던 '자동차 정비 자격증' 취득과 학교 강의 준비 때문에 잠시 요리 알바를 중단하지만 조만간에 다시 식당에서 육체노동 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