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워!!!” 프라이팬에 달궈진 기름은 냉동새우가 들어가자마자 수증기와 함께 순식간에 튀었다. 오른쪽 손등이 후끈거리면서 시뻘겋게 부어올랐다. 얼른 찬물을 찾아서 손등에 붓고 배낭에서 치약을 꺼내 발라 응급조치를 하기는 했지만 캠핑을 하는 내내 욱신거렸다.
백패킹을 시작하고 나서 선배들의 능숙한 캠핑요리는 캠핑의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그 베스트 캠핑 메뉴 중에 하나가 바로 ‘새우 감바스’이다. 올리브오일에 잘 익혀진 탱탱한 새우는 바싹하게 튀겨진 마늘과 함께 달빛이 내리치는 여름밤산속의 피톤치드향과 하나가 되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산속의 피톤치드향과 하나가 되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선배 백패커의 ‘새우 감바스’를 먹고 나서 인터넷을 뒤져서 레시피를 훑어봤다. 복잡하지 않은 레시피는 초보자에게 쓸데없는 자신감을 주기 충분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끓이고 새우와 마늘을 넣으면 끝이다. 하지만 요리를 글로 배운다는 것은 마치 사랑을 글로 배우는 것처럼 약간의 위험이 따른다. 완전하게 해동되지 않은 냉동새우 물기와 펄펄 끓어오르는 기름의 만남은 초보 백패커에게 소중한(?) 경험을 선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퇴직하고 요리를 배우고 조리 자격증도 취득했고, 현장에서도 짧게나마 조리경험도 했다. 조리실에서 뜨거운 물과 뜨거운 기름의 위험성에 대해서 몸으로 체험하면서 조심성은 더해졌고 요리를 하기 전에 전처리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특히, 캠핑요리는 현장에서 조리도구나 조미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리 집에서 사전준비를 하면 훨씬 간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캠핑전날동네마트에서 구매한 냉동새우를 물에 담가서 해동을 하고 물기를 털어내고 하나하나 앞뒤로 칼집을 낸 후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다. 플라스틱통에 키친타월을 깔고 밑간 한 새우를 삼열횡대로 줄 맞춰 누이고 다시 키친타월, 새우를 반복해서 3층으로 올린다. 통마늘은 잘 씻어 꼭지를 잘라내고 칼로 얇게 썰어 비닐봉지에 하나 가득 담는다. 추가적으로 매운 건고추와 파슬가루를 각각 비닐봉지에 담고 올리브오일을 작은 통에 담아서 전처리 사전준비를 끝낸다.
올리브 오일과 건고추,월계수잎을 넣고, 불을 중불로 조절한다. 가져간 새우를 하나씩 은근히 끓어오르는 기름에 미끄러지듯이 빠뜨린다. 새우가 어느 정도 익으면 편마늘도 바삭하게 튀겨낸다. 접시에 크래커를 깔고 토마토 케챺, 오이, 새우, 마늘을 올리고 파슬리를 뿌려준다. 꼬리를 하늘로 치켜든 새우의 모습이 춤을 추는 발레리나 처럼 보인다. 다 먹고 난 오일에 스파게티면을 넣고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를 만든다. 저멀리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과 두 뺨을 스치는 6월의 산바람은 캠핑요리를 한층 더 맛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