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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l 11. 2024

이 나이에 자격증 공부를

서울 남부기술교육원 자동차정비반

어린 시절 '마징가 Z'라는 만화영화를 보고 자랐다. 로봇을 만들고 싶어서 기계공학과를 진학했지만 현실의 벽을 깨달아 일찌감치 로봇을 포기하고 자동차로  목표를 바꿨다. 생소한 로봇보다는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자동차가 조금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남들은 여름방학에 여행이나 농촌 봉사활동을 떠날때, 자동차 정비학원에 등록을 하고 무더운 여름날 자동차 부품을 해체하고 조립하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남들보다 자동차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조금 더 알 수 있는 수준이 되어 결국 졸업 후에 자동차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하루에 300대의 차량이 들락날락하는 국내 최대의 H 자동차 회사 정비공장에서  사무직으로 첫 근무를 시작해서 직장생활 30여 년을 줄곳 정비공장에서만 일했다.  




"선배는 '자동차 정비인'은 아니고 '자동차 정비 주변인' 아닌가요?" 언젠가 정비사 출신의 현장 관리직 후배가 우스개 소리로 던진 말이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국내차와 수입차, 소형차와 대형차를 가리지 않고 정비공장 사무관리직으로 근무를 하기는 했지만 정작 정비를 직접하지는 않은 것은 팩트 였다.


'자동차 정비인'은 아니고
'자동차 정비 주변인' 아닌가요?


퇴직 무렵에 자동차에 대한 공허함을 느꼈던 것은 아무래도 몸으로 부딪히지 않고 머리로만 공부를 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치 휘발성이 있는 액체처럼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본연의 성질이 변해 버리는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퇴직하기 전에 만들어 놓은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가 바로 '자동차 정비 다시 배우기'였다. 다행히 새로 일을 시작한 대학에서 정비자격증 특강 요청이 동기를 유발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남부기술교육원 '자동차 정비 산업기사반'에 등록했다. 월요일에서부터 토요일까지 약 한 달간 수업 과정이다. 평일은 저녁 7시부터 3시간 동안 수업을 하고 토요일에는 아침 9시부터 7시간을 수업을 한다. 총 94시간 과정으로 너무 힘들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 올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약 스무 명 정도의 학생들은 3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목적도 제각각이었다. 직업을 바꾸려는 사람, 근무하는 직장에서 진급을 하려는 사람, 퇴직 후에 새로운 직장에 도전하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그렇게 시작한 자격증 취득반 수업이 벌써 한달이 지나 마지막날이 되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고 매일 도서관에서 예습과 복습 그리고 수업시작 2시간 전에 가서 반복 실습을 연습한 내 자신이 대견하게 생각된다. 며칠 후에 치러질 자격증 시험에 합격 여부를 떠나서 내 몸과 마음이 충만해졌음에 감사한다. 이제는 정비 주변인에서 정비인으로 한발 내딛은 느낌이다.


정비 주변인에서
정비인으로 한발 내딛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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