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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명동밥집

닭곰탕에 인삼이라니

명동밥집(인삼 닭곰탕)

by 소채

출근전날 레시피를 보고 오라는 말이 생각나서 자기 전에 '만개의 레시피' 앱에 '닭곰탕'을 입력해서 조리방법을 검색했다. '아, 이런 성실한 조리사를 봤나!' 속으로 자화자찬을 했지만 실상은 조리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예습을 하는 것이다. 내친김에 몇 년 전에 요리학원을 다니면서 기록해 두었던 '닭개장'도 펼쳐보았다.


조리방법에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대략적인 흐름을 머릿속에 새겨두고 명동밥집 주방에서 어떻게 조리할지 시뮬레이션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닭을 살짝 데치면서 잡내를 없애고, 양파, 대파와 함께 30분 팔팔 끓여서 건져내고 닭 살을 갈기갈기 바른다'.


닭 살을
갈기갈기 바른다


마늘, 후추, 소금으로 간을 하고 다시 끓인다.' 시뮬레이션을 하던 중에 한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화구와 메인 주방이 다른 층에 있다 보니 동선이 애매해서 푹 삶은 닭을 어디에서 잘게 살을 갈라내야 할지 걱정이 되긴 했지만, '뭐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화구는 운동장에 마련된 야외 천막 식당 안쪽에 있다. 국담당이신 신부님이 출장을 가게 돼서 본의 아니게 나홀로 국을 끓이게 되었다. 조리실장께서 챙겨준 '인삼 닭곰탕'에 들어갈 재료들을 캐리어에 싣고 메인 주방에서 야외 천막 식당으로 옮긴다. 이미 커다란 국통 3곳에는 따뜻한 물을 반쯤 담겨 있다. 가져온 식재료를 삼등분해서 국통에 담는다.


'슬라이스된 인삼, 삼계탕용 한약재 주머니, 닭육수 진액, 천연조미료, 간 마늘, 간장'을 넣고 마지막으로 '무우'까지 넣고 화구에 불을 붙인다. 국통 안에는 인삼 슬라이스들이 둥둥 떠다니면서 쌉싸름한 인삼향을 강하게 퍼뜨린다. 메인 주방에서는 닭가슴살을 뜨거운 물에 데쳐서 바구니 3곳에 나누어 담아서 야외주방으로 올린다. 닭고기살이 배달되자마자 바로 국통으로 '풍덩' 쏟아붓는다. 이제 어느 정도 식재료는 다 들어갔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서 30분 타이머를 맞추고 삽처럼 생긴 커다란 나무주걱으로 재료가 눌러붇지 않게 하기 위해 바닥을 긁으면서 휘휘 저어준다. 끓어오르면서 생긴 찌꺼기는 국자로 계속 걷어주고 마지막 간은 까나리액으로 맞춰준다. '염도계 수치는 0.6% 정도', '맛을 보니 약간 싱거운 느낌'. 그런데 이 정도가 이곳에서 추천하는 염도이다. 전에 일하던 딤섬 전문점 국수는 0.9%로 염도를 맞춘 거에 비하면 다소 낮다.


'뭐, 어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니'라는 생각과 '좀 더 끓이다 보면 졸아서 염도가 약간 올라가겠지'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대파'와 '백후추 가루'를 뿌리고 마무리를 한다. 혹시 몰라서 주방 근처에 있던 봉사자 몇 명에게도 국맛을 보게 한 후에 괜찮다는 피드백을 받고 불을 끄고 배식시간을 기다린다. 다행히도 전날 고민했던 '닭살'을 가르는 작업은 생략되었다. 사람마다 레시법이 다르고 장소마다 다르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사람마다 레시법이 다르고
장소마다 다르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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