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밥집(불고기 덮밥)
초저녁에 골아떨어졌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보니 등근육이 뻑뻑해진 느낌이 든다. 사실 뻑뻑하기보다는 욱신욱신하면서 약간의 근육통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헬스장에서 근육운동을 강하게 하고 나서 다음날 근육이 단단해지고 성장해진 느낌과 비슷하다. "근육이 뻐근해지면 운동이 제대로 된 것이니 좋아해야 합니다."라고 한 트레이너의 말 덕분에 긍정적인 마인드가 생겼다.
전날 명동밥집에서 '불고기 덮밥'을 만들기 위해 대형솥에서 불고기를 볶을 때도 근육운동하는 느낌으로 커다란 나무주걱으로 바닥을 박박 긁었다. 최대한 왼팔은 손잡이 부분 하단을 잡고, 오른팔은 상단 끝단을 잡고 마치 전쟁 중 거북선 '노군'처럼 사력을 다해 천명분 불고기를 뒤집는다. 등 쪽에 '빡'하고 근육에 힘이 생기는 것이 느껴진다.
근육에 힘이 생기는 것이
느껴진다.
불고기 양념은 나의 '최애 소스'로 요리 배울 때 외웠던 '간설마파 후깨참(간장, 설탕, 마늘, 파, 후추, 깨, 참기름)'을 중얼거리면서 소스를 만들고 여러 요리에 응용해서 활용한다. 급식실에서는 조리 순서와 몇 가지 추가되는 재료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우선 불고기를 볶을 때 사용하는 소스를 만든다.
양조간장을 베이스로 해서 설탕, 마늘, 참깨, 참기름에 매실액과 까나리액을 바트(용기)에 담아 솥단지 옆으로 옮겨둔다. 볶을 때 추가적으로 넣을 야채류(대파, 당근채, 양배추, 미니양배추)와 표고버섯을 준비하고 사이다, 배사이다, 캐러멜도 챙겨둔다. 다른 재료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재료들인데 반해 사이다와 캐러멜은 예상밖의 재료이다 보니 얼른 메모장을 꺼내 메모해 둔다.
얼른 메모장을 꺼내
메모해 둔다.
간단한 덮밥 하나에 손이 생각보다 많이 간다. 불고기에 뿌려질 노란색 지단과 덮밥 위에 올려질 부추고명을 따로 만들어 사각 바트에 담는다. 부추고명은 부추, 고춧가루, 참깨를 버무려 만든다. 맛을 보니 왠지 까나리액젓이라도 넣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반찬이 아니고 고명이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이내 마음을 접는다.
마지막으로 비빔장을 만든다. 2Kg짜리 고추장 4통을 원형 대야에 넣고 통에 붙어있던 잔여 고추장을 떼어내기 위해 물로 헹궈서 붓고, 여기에 매실액, 참기름, 식초, 설탕, 참깨를 뿌려서 골고루 섞어준다. 그런데 솔직히 물의 양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다. 배식이 끝나고 양념통이 회수되고 나서야 주위 봉사들에 의해 오늘의 비빔장은 뻑뻑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렇게 내 노하우는 조금씩 쌓여 간다.
노하우는
조금씩 쌓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