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모임, EGGS(2021 송년회)
여유로운 토요일 오후는 갑자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교통체증으로 인해서 마음 급한 오후로 변했다. 강남 시내에서의 모임이 장소가 바뀌어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장식가든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장식가든의 '장식'은 대학교 동창의 이름이고 '가든'은 친구의 전원주택을 말한다. 오늘은 후배가 승용차를 이용해서 서울시내 지하철역에서 픽업해서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장소를 제공한 친구의 처에게 조금이나마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미리 마트에서 음식과 음료도 준비했다.
청명산 기슭에 자리한 친구의 집이 너무 근사하다. 특히 눈 내린 야외 테라스와 멋진 소나무 가지위에 소복히 쌓인 하얀 눈송이는 달 빛에 반사되어 나의 감성를 자극했다. 친구는 평생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4년전 즈음에 이곳으로 이사했다. 중년의 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한 자연과의 삶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와는 다르게 주말마다 많은 시간을 단독주택을 보수하고 정원을 가꾸는 일이 장난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장식가든의 정원은 더욱 더 소중해 보였다.
친구 아내 말에 의하면 얼마전부터 전원주택 단지내의 이웃들과 '독서모임'을 시작했고 지난주에는 '채식주의자(한강 저자)'에 대해 토론을 했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이웃끼리 같이 음식도 나눠먹고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지내는 친구 부부가 부러워 보었다. 서울에서 30분 거리에서 요즘 세대에겐 잊혀진 단어인 ' 이웃사촌' 이란 말을 느끼고 살아가는 친구의 생활은 전원생활을 꿈꾸는 모든이들의 롤 모델인 것이다. 난 20년째 살고있는 아파트의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풍성한 저녁식사와 함께 약간의 알콜올이 더해짐에 따라 장식가든의 안주인의 '기타연주'를 안 들러 볼 수가 없었다. 물론 기타연주가 직업은 아니였지만 이사 이후에 취미생활로 시작한 그녀의 클래식연주는 수준급이었다. 엄마의 기타연주을 이어서 경희대학교 '클래식 기타' 동아리 출신의 핸썸맨의 기타연주에 삼촌들의 지갑이 마구마구 열였다. 이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기의 여동생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내 친구가 자랑스럽기 까지 했다.
창밖에 내리는 겨울밤의 눈발에 분위기는 고조되어 며칠 전에 썼던 나의 에세이('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편) 낭송이 시작되었다. 핸썸맨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자전거 탄 풍경 노래)'의 잔잔한 반주에 여자 후배의 낭랑한 목소리는 슬며시 우리를 20대 초반 캠퍼스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눈을 감고 그 소중한 시간을 음미하던 나의 가슴은 찡한 감동과 함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잊지 못할 2021년 마지막 즈음에 영원히 간직될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었다.
모두 건강하게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EGGS, Fore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