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족 친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May 16. 2022

봄바람에 홈파티

별장 계모임을 마치고

살아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과 만난다. 직장을 통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스마트폰의 연락처와 카톡의 친구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다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시점이 온다. 바로 직장을 은퇴하는 시기이다.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 갔을까", " 노후에 나랑 놀아줄 친구들은 과연 누구일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노후에 마음을 터놓고 함께 시간을 보낼 친구 몇 명만 있어도 행복하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드는 방법이 바로 오랜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만나서 여태 만나는 친구들의 모임 이름은 '별장계'이다. 매월 조금씩 회비를 걷어서 나이 들어 공동으로 사용하는 별장을 사자는 취지에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벌써 30년이 넘게 만나는 친구들이다. 결혼 후에는 부부동반 모임으로 변하고 자녀들이 태어나서는 가족 모임으로 함께 했다. 5명의 모임은 10명으로 늘어나고, 다시 20명으로 늘었다가 이제는 다시 부부동반 모임으로 모인다. 작년 송년모임을 계획했다가 코로나로 못 모였다가 거의 1년 만에 부부동반 모임을 가졌다.


친구의 부인인지, 내 친구의 남편인지 가끔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만큼 서로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어느 모임이나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모임을 위해서 봉사를 해야 모임이 유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별장계 모임에는 언제부터인가 2명의 총무가 고정직으로 연임을 이어가고 있다. 남자 총무 1명, 여자 총무 1명이다. 내가 바로 남자 총무이고 오늘 모임 장소는 여자 총무네 집이다. 경기도 동탄에 있는 여자 총무님이 본인의 집으로 초청을 한 것이다. 집집마다 올 때 가져올 것을 정했다. 여자 총무님의 지시(?)에 따라 수박, 케이크, 와인을 준비해서 방문했다.


점심 식사까지 집에서 하기에는 부담스러워서 걸어서 이십분 거리에 있는 국숫집에서 해결했다. 중국집에 가면 항상 짜장과 짬뽕을 고민하듯이 국숫집에서는 비빔국수와 잔치국수를 고민한다. 나는 비빔국수를 아내는 잔치국수를 주문했다. 우리는 항상 그렇게 다른 것을 주문해서 나눠먹는다. 그런데 다른 집들은 모두 부부가 같은 것을 시켰다. 어느 집은 비빔국수만, 또 어떤 집은 잔치국수만 주문했다. 몇 집 안되는데도 각자 취향이 이렇게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후에 아파트 단지 내의 잘 단장된 길을 따라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살랑살아 봄바람과 봄 햇살을 맞으며 산책을 하며 소화를 시켰다.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후식과 함께하는 토크' 가 시작되었다. 레드와인과 함께 치즈와 토마토가 제일 먼저 준비되었고 우도 땅콩이 있는 치즈 모둠 셋트와 올리브와 치즈가루가 올려진 카나페들이 준비되었다. 이어서 느끼한 치즈 맛을 잡아주기 위한 파절이와 우삼겹이 들어간 매콤한 떡볶이 서빙되었다. 아침에 갓 따온 여린 상추들은 오이와 사과와 함게 올리브 오일, 발사믹 소스, 후추에 버물려져 샐러드로 나왔다.


여자 총무는 한때 네이버 블로그에서 '캔디의 여왕'으로 활동했던 생활의 달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식기와 그릇뿐만 아니라 식탁, 그릇장들이 매우 고급 져 보였다. 앤틱이라고 하는 찻잔들은 쉽게 구매하기도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 고급 진 찻잔에 커피와 티를 따르고 앵무 설탕과 밀크를 섞어 마시기도 했다. 와인 이후에는 여러종류의 에일 캔맥주들이 제공되고 특별히 흑맥주를 이용한 맥주 칵테일도 시도 되었다. 가져간 케이크와 수박까지 먹고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특이하게도 아이스크림에 후추, 소금, 올리브오일이 뿌려져서 나왔다. 왠지 고급 져 보이고 풍미도 높아졌다.


일요일 각자 집에서 쉬면서 보낼 수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모여서 떠들고 웃고 하다보니 엔돌핀도 생기고 평소 걱정거리들은 훌훌 날려버리는 기분이 든다. 물론 집에 초대해서 음식 준비해 준 호스트 입장에서 보면 힘든 일이다. 그러기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누군가의 희생은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되고 행복이 된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쁨과 행복을 만들어 주고 싶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점점 더 친구들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다들 하루하루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옆에서 친구들이 서로 도와주면 더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식가든 송년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