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을 기약하며...

제주올레 14코스(저지마을~한림)

by 소채

저녁즈음에 하루 종일 찍은 사진들은 카톡 단체방에 올려지고, 다시 노트북 폴더에 일자별로 정리된다. 정리된 사진들을 보고 다시 한번 전날의 감성을 느껴보기도 하고 몇 개의 사진과 기억을 모티브로 브런치글을 작성한다. 이미지 파일을 하나하나 보다가 '슬라이드쇼' 기능을 발견했다. 시간별로 파일을 정렬하고 슬라이드쇼 버튼을 누른 후에 BGM까지 더하니 '완전 짱이었다.'


며칠을 그렇게 글쓰기를 이어가던 중에 '생각의 확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숙소 2층에 마련된 '빔 프로젝트'와 '여행 마지막 밤' 그리고 '슬라이드쇼'가 머릿속에서 융합을 일으키면서 뭔가 뜻깊은 이벤트를 만들고 싶어졌다. 쑥덕쑥덕 친구와 사전모의를 하고 빔프로젝트와 노트북, 스마트폰, 아이패드를 총동원해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별도로 유튜브에서 BGM 음악까지 골라 음향 테스트까지 마쳤다.




총길이 19.9km에 달하는 14코스를 한림항에서 힘겹게 마치고 택시를 타고 저지마을 숙소 근처에 내렸다. 친구는 올레센터에서 가방에 메달 '간세(조랑말) 인형'을 고르는 사이, 후다닥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마지막 밤, 쫑파티를 위해 한라산 소주 2병과, 테라 맥주 페트 1병 그리고 고추참치캔과 과자 몇 봉지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조금 쉬었다가 6시 쫑파티 합시다(장소: 중앙거실) '라는 문자를 단톡방에 남기고 얼른 주방으로 가서 남아있는 식재료를 체크했다. 고추참치캔을 딴 후, 파란 풋고추를 다져 고명으로 올리고 통후추도 갈아서 뿌린다.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붓고 중불에서 얇게 편을 썬 마늘을 지글지글 튀겨내었다. 소박한 안주 몇 개가 거실 테이블에 세팅되고 '콸콸콸~' 하고 소맥이 제조된다. 그러는 사이 창밖너머는 벌써 깜깜해졌다.




거실에서의 회합을 끝내고 커피 한잔씩을 테이크 아웃해서 2층 다락방으로 이동을 했다. 옆방에 있던 의자와 테이블, 소형 히터까지 동원해서 자리를 잡고 친구가 아이패드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그러는 사이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 분위기 있는 BGM을 구동시키고 벽면 화면 아래에 밀어 넣으니 어느덧 다락방은 소형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제주공항 도착기념사진에서부터 제주 올레길 여정이 순차적으로 벽면에 하나 가득 채워진다. 테크니컬한 효과로 인해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이다. 함께 걸은 제주올레의 거친 검은 길들, 파란 하늘, 하얀색 파도와 윤슬들! 추억의 낱장들이 지나갈 때마다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또 어떤 사진은 왠지, 코 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어렵게 시간 내서 함께한 제주에서의 일주일이 너무나 값진 추억이 되었다.


제주에서의 일주일이
너무나 값진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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