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틈에 육십

올레숙소(바당스테이_어느 틈에 벌써)

by 소채

동쪽에 위치한 제주올레 3개 코스를 마치고 서쪽 저지마을 쪽으로 이동을 한다. 친구부부와 어렵게 일주일간의 휴가를 내고 올레길을 계획할 때, 나름 고민을 해서 선정한 코스들이다. 오른쪽 코스(1코스, 2코스, 3코스)들이 해안을 중심으로 일열로 펼쳐져 있다면, 왼쪽 코스(13코스, 14코스, 14-1코스)들은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3개의 코스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일명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전략이었다. 다행히 전반전은 표선해수욕장에 위치한 '바당스테이'라는 숙소에서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전날부터 내리던 눈은 밤새 폭설이 되어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였다. 바닷게 넓게 펼쳐진 까만 돌들도 아침에 보니 하얀 돌들이 되었다.


'젠장, 후반전 코스들이 산간지역인데 나머지 코스들은 다 어쩐담!' 하는 고민 속에 한 시간 반 가량의 폭설을 뚫고 겨우겨우 저지마을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다. 도로가에 위치한 두 번째 숙소 정문옆에 붙어 있는 '어느 틈에 벌써'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결국 오늘 하루는 올레길을 포기하고 '저지오름' 등반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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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선 바당스테이'는 표선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당케포구에 위치해 있다. 당초에는 지도상으로나 위치상으로 볼 때 나름 창문을 열면 파도소리가 들리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바닷가에 인접에 있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파도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소박해 보이는 외관으로 인해 다소 실망감이 들었지만 건물외관을 돌아 2층 숙소 정문을 여는 순간, 진한 편백향과 환한 우드재질의 인테리어가 새로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3개의 방에는 개별 화장실이 있고 침대와 침구들은 별 다섯 개짜리 럭셔리 호텔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물론 공용으로 사용하는 거실과 주방이 혹시나 다른 숙박객과 함께 사용해서 불편할 수 있겠으나 다행히 이번 여행에서는 전용공간으로 사용하다 보니 더 쾌적한 숙소가 되었다.


알록달록한 접시에서부터 여행객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주방도구와 가전들 심지어는 안경소독기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4일 동안 머무는 동안 훈훈한 실내온도와 따뜻한 전기장판이 올레길의 피로감을 풀어준다. 다만, 시간이 없어 주인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마사지삽'을 방문하지 못했던 게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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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숙소인 '어느 틈에 벌써'는 저지오름 입구 쪽에 위치해 있다. 집주인이 왜 숙소이름을 그렇게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름 그 자체에서 감성이 묻어난다. 거실에 들어서면 짙은 브라운톤의 가구들과 피아노, 기타, 그리고 중안 테이블에 놓인 방명록이 눈에 들어온다.


10권 정도의 거칠게 보이는 방명록이 더욱 이곳을 감성적이게 느끼게 한다. 영화감상을 할 수 있는 2개의 다락방이 연결된 계단사이로 잔잔한 음악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집안 곳곳에서는 노란색의 은은하고 부드러운 조명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주방 바깥쪽에는 별도의 식사 테이블에 '일리(illy)' 커피머신과 커피를 직접 갈아서 내려 먹을 수 있는 '커피 그라인더'가 커피포트와 함께 놓여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통창을 통해서 나무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본다. 어제 내린 폭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살이 진하게 내리친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실내공기가 춥다는 것이다. 다음번에는 겨울철보다는 여름철에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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