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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10. 2022

광화문 팜므파탈, 졸업축하

대학졸업식

토요일 새벽인데 딸과 거실에서 마주쳤다. 평일 출근시간에는 내가 5시쯤에 제일 먼저 일어나고 아들은 6시, 딸은 7시에 일어난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딸내미가 새벽부터 바쁘다. 오늘이 졸업식이다. 전날부터 옷, 가방, 꽃다발 등 이것저것 챙기느라고 잠을 설치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를 한다. 학교에서의 공식적인 행사는 없지만 졸업가운과 학사모를 빌려주고 사진도 찍는다고 한다. 졸업식 사진을 위해 아침일찍 화장 전문숍에 간다. 개인별로 전문 사진사도 불러서 촬영을 한다.


캠퍼스는 신촌에 위치해 있다. 입학할 때 와보고 두 번째 방문이다. 파리에 교환학생으로 보낸 한 학기를 제외하면 4년동안 통학에 별다른 불평 없이 마쳤다. 코로나 시대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수의 졸업생들이 졸업가운과 학사모를 쓰고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딸내미는 대학시절 경영 학회 마케팅 연구회 활동을 했다. 그때 그 친구들이 축하해 주러 왔다. 꽃다발도 주고, 졸업생 사진 현수막과 커다란 화환용 리본도 만들어 주었다. 리본에는 ' 광화문의 팜므파탈, 졸업 축하'라고 쓰여있었다.


딸내미의 분위기가 ‘팜므파탈(Femme Fatale)’ 쪽은 아닌 거 같아서 딸에게 물어보았다. 반어법 표현이라고 해서 빵 떠졌다. 쌀쌀한 겨울 날씨에 약간의 바람까지 불어서 야외에 오래 있기는 힘들었지만 과거에 우리 때 졸업식처럼 부모가 학사모를 쓰고 찍는 사진도 재현해 보았다. 사진촬영 후에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이동하였다. 졸업 전에 취업한 회사가 광화문에 있다. 근무하는 빌딩 2층에 있는 <루뽀> 라는 이태리 식당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평소 변호사들이 많이 이용하는 식당이란다.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정글의 세계로 뛰어든다. 오늘로서 평화로운 에덴의 동산에서 진흙탕 튀는 혼돈의 사회로 첫발을 내 딛는다. 딸아이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영악한 아이니까 분명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세계로 나온 딸아이를 축하해 줘야 하는 건지, 안타까워해야 하는 건지 혼동된다. 하지만 '축하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무한 가능성 있는 신비하고도 활기찬 사회생활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생각에서이다. “ Congraturation and Welcome to the Jun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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