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앓이

by naeun


봄 앓이

출처: stockcake.com


새빨간 석류를 쪼개면

알알이 쏟아지는 유리

그 파편

몸속을 떠다니는 것 같다


붉은 화로 같은 몸

움직일 때마다

안쪽에서 먼저 찔린다


봄바람

상처 위를 스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


구름 끝에 매달린 비

솨솨 쏟아지는 동안


벚꽃은

흰머리를 풀어

한 잎씩 무너진다


진흙 속에서

느리게 몸을 밀어 올리는 것들

그 미끈한 감각이

내 안을 스칠 때


나는 잠시

내가 아닌 것 같다


여린 잎처럼 떠오른 손

잡고 있던 온기를 놓친 순간

길은

그 자리에서 끊어졌다


봄이 와도

그 길 위

그 자리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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