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앓이
새빨간 석류를 쪼개면
알알이 쏟아지는 유리
그 파편이
몸속을 떠다니는 것 같다
붉은 화로 같은 몸은
움직일 때마다
안쪽에서 먼저 찔린다
봄바람
상처 위를 스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
구름 끝에 매달린 비로
솨솨 쏟아지는 동안
벚꽃은
흰머리를 풀어
한 잎씩 무너진다
진흙 속에서
느리게 몸을 밀어 올리는 것들
그 미끈한 감각이
내 안을 스칠 때
나는 잠시
내가 아닌 것 같다
여린 잎처럼 떠오른 손
잡고 있던 온기를 놓친 순간
길은
그 자리에서 끊어졌다
봄이 와도
그 길 위
그 자리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