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우리는(1화) (가제)

현웅이의 하루

by naeun


현웅이의 하루

전학을 왔다. 중학교 1학년 2학기 전학이 어떤 의미인지 엄마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의 이런 독단이 새삼스럽지 않다.

조용히 지내면 된다. 이전 학교에서도 그랬듯.

“뭐냐? 열라 작네.”

조회를 마치고 쉬는 시간, 나의 열 대각선에 앉은 아이가 건넨 첫말이다.

“어쩌라고.”

심리 상담 선생님에게 배운 대로 짧게 대답했다.

눈을 맞추고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해냈다. 일주일이면 끝난다. 이 짐승들처럼 우글대는 곳에서 서열이 정해지는 방식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내 키는 백사십. 몸무게 사십오. 엄마는 좋다는 약이면 뭐든 먹였다. 주사도 열심히 맞았다. 그렇게 키운 몸이 고작 초등학교 5학년 평균 남자아이 수준이다.
“몸이 작다고 마음까지 작은 건 아니야.”
엄마는 늘 그렇게 말하며 내 등을 두드린다. 하지만 이 사실을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사실 엄마 자신인걸 엄마 알았으면 좋겠다. 작은 건 그냥 작은 거였으면 좋겠다. 땅콩은 수박보다 작다. 그렇다고 아무도 땅콩을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작을 뿐이다.

“왜 자꾸 끙끙대냐?”
“비염임.”

이번에는 교복에 적힌 이름이 보였다. 김준서. 덩치가 나의 한 배쯤 되어 보였다, 큰 키에 호남형, 눈빛은 짓궂은 듯 매서웠다.

나에게는 습관성 틱이 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초등학교 4학년, 심하게 왕따를 당한 이후부터다. 이유 없이 “흥” 소리가 새어 나온다. 아무리 참아도 어느 순간 다시 튀어나온다. 수업 시간마다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이게 얼마나 큰 고문인지, 엄마는 모른다.

이 새끼, 책 보냐?”

준서가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건넨말이다.

“……”

말을 잃었다. 이 시간은 언제나 가장 힘들다. 예전 학교에서는 도서관으로 도망쳤다. 사서 선생님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앉으면 안전했다.

나는 준서 같은 아이를 안다. 약해 보이는 애를 골라 힘을 과시하는 부류.

아야!… 흥흥.”

이번에는 종이공이 날아왔다. 투명테이프로 단단히 감아 만든 공이이다. 머리를 맞자 둔한 통증이 번졌다.

‘이 씨….’

일어서서 소리쳐야 한다. 이름을 부르고, 불편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 아이들이 본다. 상담 선생님이 가르쳐 준 방법이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더 큰 괴롭힘이 돌아올 것이라는 건 선생님만 모른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사실 머리만 아니었으면, 그리 아픈 것도 아니었다.

“ 그거 이쪽으로 던져 봐.”

어느새 교실 뒤쪽에 서서 공을 던진 준서의 목소리였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준서 쪽으로 던졌다. 머리를 피해 정확히 날렸다. 엄마가 시킨 운동 중 하나가 야구였다.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 년을 배운 운동이다.

“이 새끼, 공 좀 던지네. 됐다. 투수 자리 비는데 네가 해라.”

학교에서는 야구공이 금지라 종이공으로 하는 야구를 한다 했다. 참가자는 돌아가며 종이공을 만들어 오면 된다는 말도 더했다

구장은 별관 뒤쪽 작은 공터, 점심시간에 한다는 말을 끝으로 준서는 처음으로 씩 웃었다. 그리고 돌아서는 순간, 준서의 머리 옆쪽에 동전만 한 상처가 보였다. 일부러 뜯은 건지, 원래 없는 머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준서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PBO, 페이퍼 베이스볼 오거니제이션.
마스코트: 스네일.


나는 그날 스네일의 메인 투수가 되었다. 느리지만 계속 나아가는 달팽이가 마스코트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별관 뒤 공터를 달리는 나를 떠올리니 “흥흥”소리가 잦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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