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과 자존심

by sommeil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존심과 자존감은 어떻게

다를까.

막상 대화주제로는 자존심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자존심이 상했다던지, 자존심이 용납이 안된다던지 등등...






하지만 자존심보다 중요한 건 자존감이다.


자존감이란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내면의 태도이고,

자존심은 남에게 존중받거나 나를 증명하려는 외부

지향적인 태도라고 한다.


그럼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물론 20대 때는 자존심도 강하고 센 사람이었다.

당시에 자존감이란 용어도 별로 사용되지 않아서

자존심이 마치 자존감처럼

여겨질 때가 있었다.


20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 자존감이 서서히 형성되었다.

내 생각, 내 커리어, 내 능력 등이 평가되고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져 갔다.

특히 결혼 이후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커리어를 인정받으면서 내 자존감은 충만해져 갔고

남편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에게 지금도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내가 자존감을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는

나를 지키는 단단한 "내면의 태도"를 말하고 싶어서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남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눈치도 잘 보지 않았고 내 생각대로 행동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다듬어지지 않은 성격과 솔직함으로 오해도

샀고 엉뚱한 사차원이란 말도 종종 들었다.


30대가 되면서 아이들의 엄마이면서 프리랜서 통역사, 한 남자의 아내, 집안의 며느리로서

1인 다역을 소화해내야 했다.

모두 완벽할 수 없었고 일부 역할은 매우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가정에서는 나를 똑똑하고 능력 있는 아내이며 며느리로서 인정해 주셨다.

그래서 내 자존감은 더 높아졌고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존감은 환경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나는 막내로 태어나서 집안에서 큰 기대

없이 성장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다른 환경, 그것도 외국에서 지내면서 정신적으로 강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마주 했고 잘 버티며 지내게 되었다.


내가 느끼는 해외생활은 화려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달콤하지도 않았다.

국내에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일을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정신적으로 자존감이 낮아서는 일상생활을 평화롭게 영위하기가 쉽지 않았다.

언어, 문화, 사회적 구조 등이 한국과는 매우 달랐다.


그저 한 가정에서 전업주부로서, 엄마로서만 지냈다면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들이

많지 않았겠지만 밖에서 일하는 동안 현지인들과

부딪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


자존심을 세운다고 자존심이 지켜지는 것도 아니고

그것은 한낫 어릴 때 치기로 여겨질 뿐 살아가는 데는

자존감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많이 깨달았고 현재도 느끼고 있다.






내가 아는 태국인들.

평범한 일반 태국 사람들은 자존심이 매우 매우

강하다.

하지만 30년 살아온 내가 느끼는 태국 사람들은

자존감은 그다지 높다고 느끼지 않는다.

( 아주 개인적인 나의 생각일 뿐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특히 일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하이쏘 계층(지식층,

부유층)은 예의와 인성이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라서 대화도 잘 통하고

매너가 좋았다. 반면 로쏘 계층(빈민층)은 겉으로는

예의를 차리나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숨겨진

인성이 그리 좋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본 것, 들은 것, 경험하는 것이 그리 넓지도 깊지도 않은 듯했다.

그래서 나 역시도 적당히 그들과 거리를 두고 부딪히지 않으려 했고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이것이 그들만의 문화였다.

( 로쏘 계층은 중산층과는 다른 더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가정부, 청소부, 경비, 기술자 등이

있는데 교육 수준에서 아주 차이가 난다.

직업과 교육 수준이 한국과 비교하면 매우 다르다.

즉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


이들은 자존감이 낮아서 시기, 질투가 많고 사고의

깊이도 그다지 깊지 못하다.

물론 천성적으로 착하고 좋은 인성의 사람들도 많지만 한국과는 다르게 계층 간에 넘을 수 없는

대화의 벽을 느낀 경우가 개인적으로 참 많았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다.

외부의 인정보다는 나 스스로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자신감이 바로 자존감이다.

" 곳간에서 인심 난다 " 는 말이 자존감을 살리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모든 면에서 여유가 있어야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 같다.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을 찾았으면 좋겠다.

남들과의 비교보다는 어제의 나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타인의 성공도 축하해 주고 함께 수용하고 성장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성장 중이다.

끝없이 배우고 경험하며 나아가고 있다.

남들 시기 질투할 에너지를 안으로 끌어 안아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자존감이 나를 지키고 성장시킨다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