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 1인분 역할하기
방콕에서 내가 본 한국인들 중에는 1인분의 역할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태국어가 되지 않아서 일상생활부터 흔들린다.
집을 나와 대중교통이 아닌 택시나 오토바이 택시를 탈 때 행선지를 정확하게 말 못 하거나 기사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가서 엉뚱한 곳에 내리는 식이다.
특히 식당에 가서 제대로 음식을 주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은행에 가서 업무를 볼 때 영어나 태국어로 정확하게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말하는 게 어려워서 그냥 걸어 다니는 경우도 보았고 태국인이 하는 말을 잘못 알아듣는 실수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보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왜 하는가?
그것은 외국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내가 20년 이상 경험한 바로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소통이 안돼서 그들의 자녀들이 보호자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각자의 상황들로 해외살이를 하겠지만 대부분 국제학교나 현지 학교를 다니는 자녀들이 어른들보다 현지 문화에 잘 적응하고 언어 사용의 기회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실제로 내가 통역으로 일할 당시에 통역하는 아는 동생이 화장실에서 어머니랑 통화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은행 가서 결제할 일이 있는데 태국어가 안되니 딸한테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QR이나 스캔으로 전기세, 수도세를 결제할 수 있지만) 어찌 보면 그 간단한 일로 일하러 나온 딸을 번거롭게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교민들의 자녀가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것을 보아왔고 실제로 남편 또한 예전에 아버님이랑 사업했을 당시에 모든 업무뿐 아니라 아버님, 어머님 개인 업무도 다 챙겨 왔었다.
물론 나 역시 어머니가 어딜 가시거나 할 때 동행해 드렸고 일반 행정 업무를 보는 것은 내 몫이었다.
외국에서 살면 이런 일들이 흔한 일이다.
태국어. 정말 많이 어렵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태국이라는 나라에 살게 되었으면 간단한 태국어라도 배워야 한다.
특히 태국에 오자마자 태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면 결국에는 항상 자녀 또는 태국 직원들이나 태국 친구들에게 의존해야 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잘하든 못하든 상황을 알고 태국어를 배워야 한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태국어 대신 영어를 배우기도 한다. 그렇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태국에 살려면, 다만 2-3년 짧게라도 거주하게 된다면 당연히 태국어를 배워야 한다. 잘 하든 못 하든.
한국이 물가가 많이 오르고 경기도 매우 안 좋아서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이 해외살이를 꿈꾸고 일단 해외 1달 살기를 경험하면서 현지 생활에 적응해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문화를 배우고 언어를 익히면서 현지에서 직접 생활해 보는 것이다. 참 현명한 방법이다.
그런데 보통 나이가 있는 어르신들은 (모든 어르신들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은퇴로 거주하러 오거나, 주재원으로 몇 년 출장자로 나와도 태국어를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준비도 하지 않았고 설령 태국어를 배웠다 해도 쉽게 포기하고 학교를 다니는 자녀에게 떠넘기듯이 본인의 일들을 맡기는 것을 보고 매우 안타까웠다. 부탁하건대 해외 살기를 하게 된다면 반드시 그 나라 언어, 문화를 꼭 배웠으면 한다.

자, 이제 내 얘기를 해보겠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태국에서 20년 이상 산 태국 문화에 더 익숙한 한국인이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처음에는 어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가끔 당황할 때가 있다.
나는 매번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요즘 상황이나 트렌드를 알려고 노력한다.
특히 사회를 이끌어가는 MZ들의 생각도 많이 물어보곤 한다.
방콕에서도 유튜브나 SNS로 한국 뉴스, 한국 경제 상황 등을 접하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직접 경험하면 다른 경우도 많다. 언어는 한국어를 써도 어떤 상황에서는 이렇게 말해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설 때도 있고 그런 면은 아이들을 통해 배우기도 한다.
한 번은 은행에 가서 업무를 보는데 은행원이 너무 빨리 설명하기도 하고 요새는 창구에서 아이패드 같은 자판에 사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알았다. 한국은 시스템적으로 변화가 매우 빨라서 6개월 만에 행정 업무를 보면 또 다른 방식으로 바뀔 때도 있었다.
편리성, 신속성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은 좋은 시스템이 있으면 어느새 다른 시스템으로 바뀌어져 있다.
이래서 나도 한국에 가면 새로운 시스템을 배우는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요즘 MZ들의 말 줄여 쓰는 언어 습관, 그들이 사용하는 챗 GPT 같은 플랫폼 등도 나는 배우려고 하고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야 자식들과도 소통이 되고 요즘 분위기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따라가는 것은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배워야 한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배워야 하고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 못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고,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세상은 사회생활의 중심에 서는 MZ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방식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콕에서 내가 봐 왔던 1인분 역할 못하는 어른이 아니라 누구보다 앞서 가고 열린 사고와 새로운 시각으로 진정한 어른이 되려고 한다.
적어도 내 몫인 1인분의 역할은 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