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섬세한 성격의 막내)
내게는 아주 귀엽고 섬세한 막내아들이 하나 있다.
막내는 나를 친구처럼 때로는 선배처럼 보통은 엄마로 대한다. 농담도 잘하고 나를 누구보다 더
잘 챙겨주기도 한다.
막내는 21학번으로 2021년 한국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막내가 고3이던 해에 1년은 거의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서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노트북으로
수업을 했었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막내는 여러모로 나를 도와주었다.
말로는 왜 자기가 있을 때 이사를 하냐고 그랬지만
살림살이 정리부터 못쓰는 짐들을 버리고 정리
하는 것을 도왔다.
첫째, 둘째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으니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건 막내뿐이었다.
남편은 지방에서 근무하여 주말만 볼 수 있는 상황이니 막내의 자리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수업을 집에서 하다 보니 식사를 3번 챙기는 수고로움도 생기고 대학 입학을 위한 온라인 면접도
따로 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원래는 담임 선생님이 진로지도를 해주시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학교를 갈 상황이 되지 못하니
면접준비 또한 엄마인 내가 해주어야만 했다.
막내는 첫째, 둘째에 비해서 욕심이 많은 편이었다.
내게 면접 예상 질문을 뽑아주고 내가 면접관이
되어서 모의 면접 리허설을 여러 번 연습했었다.
하루에도 20번 이상 엄마를 부르고 내게 전적으로
의지했고 가끔씩 내게 엄마니까 자신을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너무나 나를 자주 부르는 바람에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으로 하는 대학 입시라는 생각에 좀 더 힘을 내었다.
막내는 차분히 준비했고 자소서(자기소개서) 준비도 꼼꼼히 했다. 몇 십 번의 수정 끝에 온라인으로
모든 대학에 서류 접수가 끝나고 결국 원하는 대학
학과에 합격했다.
대학에 합격하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고 놀 줄만
알았던 막내가 집에만 처 박혀서 아무 데도 나가질
않았다.
나는 막내가 걱정돼서 나가서 놀라고 친구들과 시간을 가지라고 종용하였다.
몇 달을 그렇게 나가지 않더니 어느 날 친구랑 약속이 있다고 나가서 들어와서 내게 선물을 사다 주었다.
명품은 아니지만 이름은 알만한 준명품에 해당하는
핸드백을 하나도 아니고 각기 다른 브랜드로 2개나
사 와서 내게 선물해 줬다.
감동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용돈을 모아 엄마 가방을 사주기 위해 집에만 있었던 것이었다. 얼마 되지도 않은 용돈을
하나도 아닌 2개의 가방을 그 어린 나이에 엄마에게
사주려 했던 마음이 너무도 예뻤다.
막내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그동안 엄마가 너무도 고생을 많이 했고 엄마가 일하면 우리들에게 다
희생하느라 엄마 가지고 싶은 물건을 전혀 사지 않는 것을 보고 예전부터 마음먹었었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대학입시 준비에 엄마가 자신을 많이
도와주고 자소서부터 면접까지 완벽하게 준비하게끔 도와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이제 자신이 한국으로 대학을 가면 아빠하고 둘이서만 지낼 텐데 아빠가 자기처럼 엄마를 챙겨줄는지
걱정도 되고 그동안 엄마가 해준 것에 비하면 소소한 것이라고 하면서 마지막에 너무도 큰 감동의
쓰나미를 선물해 주고 갔다.
지금도 한국을 가면 나를 가장 잘 챙겨주는 사람이
막내아들이다.
원래 섬세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엄마가
외국에서 왔다고 시내 이곳저곳을 데리고 돌아다닌다.
엄마가 먹고 싶어 하는 것도 같이 먹으러 가고 요즘
MZ세대들의 생각도 알려주고 내가 알지 못하는
자꾸만 바뀌는 행정처리들도 잘 설명해 주곤 한다.
친구랑 약속이 있어도 항상 엄마의 안부를 톡으로 물어보고 되도록이면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막내가 귀엽고 기특하다.
방콕에서 지내는 동안 바로 옆에서 엄마가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일하는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봐와서
말하지 않아도 우리 아이들은 내게 너무도 잘한다.
최근에는 을지로 유명한 야장도 다녀왔고 핫하다는
카페도 같이 갔고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북촌, 안국동,
인사동, 익선동 모두 갔다 왔다.
나이가 드니까 한국적인 게 좋다.
편안하고 옛 향수와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잠시 어릴 적 추억에 잠긴다.
막내는 지난 5월에도 시험기간 동안 학교에 다녀오면서도 주머니에 돈이 얼마 없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군고구마를 사 온 적이 있다.
내가 돈도 없는데 왜 사 왔냐고 하면 고구마를 보니
엄마 생각이 났단다.
돈은 아르바이트해서 또 벌면 된다고 그랬다.
참 막내는 누구보다 섬세하고 배려 깊다.
어릴 때 항상 아이들의 세세한 의견들도 들어주고
이해해 준 보람이 있는 것 같다.
남편을 닮아서 천성이 여리고 착한 것도 있고
막내는 딸 같은 붙임성과 자상함도 가지고 있다.
아이들도 말을 못 하는 어린아이일 때라도 잘 대해주고 챙겨주면 커서는 분명히 기억하고 고마워한다.
나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존중해 주고 믿어주면 아이들은 배신하지
않는다.
어른하고 똑같이 동등한 존재로 인정해 주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자존감은 성장한다.
그것이 어른이 되는 아이들을 더 크고 강하게 성장시켜 주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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